리니언시, 기업간 중상모략의 장려?
담합근절 실효성 기대속 '기업옥죄기' 악용 우려…공정위, 감면고시 개정해 규정 까다롭게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담합 사건 조사에 들어간다고 하면 업계에서 '배신자'라고 욕을 먹더라도 자진신고해 과징금을 면제받자는 게 업계의 분위기입니다."(A식품업체 관계자)
"요즘 로펌사들의 주요 현안 중 하나가 공정위에서 진행하고 있는 담합 혐의 조사가 무엇인가입니다.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기업이 담합 조사 해당 기업일 경우 리니언시(담합자진신고자 감면제)를 활용해 제재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것이죠."(B로펌 관계자)
[아시아경제 김진우 기자]'담합 혐의 업체간 보복전' '제재 감경을 위한 무고' 등 리니언시 제도로 인한 산업계의 악전고투가 이어지고 있다. 공정위가 최근 이명박 정부의 물가잡기 전면에 나서면서 업계 전반에 걸쳐 담합조사에 드라이브를 걸며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현상이다.
리니언시는 담합조사 과정에서 1~2순위 자진신고자에게 각각 과징금의 100%와 50%를 감면하고 형사고발까지 면제해주는 제도다. 교묘한 담합 사건을 적발하는데 불가피한 수단이라는 평가와, 업계의 불신을 조장해 산업 시너지를 저해한다는 지적을 동시에 받고 있다. 최근 산업계에서는 공정위의 리니언시 제도가 업체간 보복전의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제재 감경을 위해 무분별한 무고가 이뤄지는 등 업계 생태계를 흐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공정위는 정유사들의 원적관리(주유소 나눠먹기)와 관련해 GS칼텍스와 SK(SK·SK이노베이션·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에 총 4348억8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과징금을 부과받은 기업 가운데 최대금액(1772억4600만원)이 부과된 GS칼텍스는 첫번째로 자진신고를 해 과징금과 형사고발을 모두 면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GS칼텍스의 자진신고가 지난 2009년 액화석유가스(LPG) 가격 담합사건에서 당시 자진신고 업체인 SK에 대한 보복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담합이 근절되기 보다는 리니언시가 업체간 보복전의 수단으로 악용된 사례다.
또 공정위는 지난 20일 대상FNF와 CJ제일제당, 풀무원, 동원F&B 등 포장김치 업체들의 담합사건에 대해 최종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정작 풀무원과 동원F&B는 무혐의 결론이 난 사건에서 스스로 담합 혐의를 인정하고, 경쟁사와 함께 담합을 했다고 실토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같은 리니언시 제도의 악용을 방지하고, 담합 근절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정위는 최근 '자진신고자 등에 대한 감면제도 운영고시(이하 감면고시)'를 개정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감면고시는 불성실협조·담합강요 등 자진신고자의 자격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제출해야 할 자료를 녹음테이프·컴퓨터 파일·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 등 모든 형태로 확대해 실효성을 높였다.
공정위 카르텔조사국 관계자는 "담합 자진신고자 자격 취소 조건을 부여하고 다양한 형태의 증거를 사용토록 해 담합 사건을 처리하는데 더욱 유용해졌다"면서 "담합 행위를 근절하는데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업계에서는 감면고시 개정안이 기업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방해하고, 기업을 좀더 옥좨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사방법이 다양해지고 이를 토대로 공정위가 기업의 정보를 샅샅이 들여다본다면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어려워 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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