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저자와의 대화-'서양미술사 2' 펴낸 진중권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늘 거침없이 할 말 다하는 그지만 이 날 만큼은 그냥 '미학자'의 모습이었다. 털털한 말투는 그대로였으나 대화의 주제는 '정치'가 아닌 '미술'과 '고양이'였다.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휴머니스트 출판사에서 최근 '진중권의 서양미술사-모더니즘편'을 펴낸 문화평론가 진중권(48)씨를 만났다. 이번에 새로 나온 책이 독자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묻자 진씨는 "미술사를 정리한다는 데 의미가 있는 책인데 그런 메시지가 어디 있겠느냐"며 웃어보였다. 역시 그다운 시원시원한 대답이었다.
2008년 고대에서 근대에 이르는 서양미술사를 정리한 '서양미술사 1'을 들고 나온 지 꼬박 3년 만에 2권이 나왔다. 책 제목에 '2'라는 숫자가 붙어있진 않지만 사실은 '서양미술사 2'로 봐야한다는 게 편집자의 말이다. 진씨는 '진중권의 서양미술사-모더니즘편'에 담으려 했던 이야기를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했다. 첫째는 100년이 지난 모더니즘을 새롭게 조명하는 한편 20세기 초반 미술사의 큰 흐름을 정리해주는 것이고, 둘째는 미술과 정치가 같이 갈 수 있는가 하는 고민을 담는 것이다.
진씨는 이와 관련해 "역사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쓰여지는 것처럼 미술사도 마찬가지로 시대가 바뀌면 다시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가 옛날 관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은 지금 시대의 눈으로 다시 본 모더니즘을 담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학적 진보와 정치적 진보가 같은 '진보'라는 키워드를 가졌음에도 같이 갈 수 없었던 이야기도 함께 담았다"며 "당장 대중 선동을 해야 하는 정치와 항상 30~40년씩 앞서 있는 미술은 그 성격상 함께 가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진씨는 지난 3개월 동안 이 책을 쓰면서 휴머니스트가 7년 동안 자리했던 연남동 사옥에 책상을 두고 지냈다. 휴머니스트는 올해 3월 마지막 날 서교동 사무실로 이사를 했다. 마침 이사하는 날 출판사를 찾았던 진씨는 구 사옥을 집필실로 쓰면 좋겠다고 생각해 그 곳에 책상 하나만 남겨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한다.
세수만 겨우 해가면서 글쓰기에 매달렸던 수개월을 그와 함께한 특별한 친구가 있다. 흰색 몸에 검정색과 갈색 점을 가졌던 삼색 고양이, '뒤샹'이 그 주인공이다. 뒤샹과 함께 작업을 했던 당시의 이야기를 묻자 진씨는 "그 때 책상 한 가득 사진이며 자료를 펴놓고 작업을 했는데 책에 넣으려고 했던 것들 가운데 1~2개는 끝끝내 찾질 못해 넣지 못한 것, 이젠 뒤샹을 볼 수 없게 된 것이 많이 아쉽다"고 했다.
책을 쓰는 동안 유일한 위안이 되어 준 뒤샹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시작하는 진씨의 책엔 입체주의와 표현주의, 미래주의,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등 아방가르드 예술 운동의 역사가 꾹꾹 담겨있다.
진중권의 서양미술사-모더니즘편/ 진중권 지음/ 휴머니스트/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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