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경제강국 인도에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어디일까. 세계 최대 경제국가인 미국 혹은 중국, 일본? 아니다. 정답은 이름도 생소한 모리셔스란 나라다.
2009년 한 해 동안 인도에서 외국인직접투자(FDI) 총액은 256억달러였다. 이 가운데 거의 절반(49.6%)인 127억달러가 모리셔스의 투자 자금이다. 인도에 투자를 많이 한 국가는 모리셔스에 이어 싱가포르(11.33%), 미국(7.28%), 영국, 사이프러스, 네덜란드, 일본(3.22%) 등이었다.
우리나라의 대(對)인도 외국인 직접투자액 순위는 16위(0.5%)에 그쳤다. LG전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인도에서 눈부신 활약을 하지만 우리의 전반적 인도 투자 액수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이다.
모리셔스는 아프리카 인도양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다. 국토 면적은 1860㎢로 제주도(1845㎢)와 엇비슷하다. 또 모리셔스의 경제 규모는 우리나라의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작은 나라가 어떻게 인도에 미국보다 6배나 많은 외국인투자를 하고 있을까.
그 이유는 모리셔스가 외국인투자의 조세회피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섬나라인 모리셔스는 먹고살 자원이라고는 설탕과 해변밖에 없는 가난한 국가였다. 그래서 경제 부흥을 위해 채택한 정책이 싱가포르형 금융허브 건설이었다. 이를 위해 모리셔스 정부는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 등 적극적인 외국인투자 유치 정책을 폈다. 특히 인도와는 1990년대 초 이중과세방지협정을 체결했다. 모리셔스에 거주하는 인도인들이 인도 국내에 적극 투자하도록 독려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모리셔스 내 인도인 비중은 70%나 된다.
그러나 이 협정은 이후 인도에 투자하려는 기업들의 세금회피 목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한다. 모리셔스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후 이 회사가 인도에 투자해 세금을 회피하는 식이다. 이 회사는 세제혜택 덕택에 모리셔스에서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런 페이퍼컴퍼니를 세우는 사람 중 다수가 인도 해외동포(NRI)인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인도 내 검은돈이 세탁을 위해 모리셔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매우 강하다. 불법적인 돈이 모리셔스로 빼돌려졌다가 이중과세방지협정을 이용해 합법적인 돈으로 바뀌어 인도 국내로 회귀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비영리기관인 GFI는 이렇게 불법적으로 빼돌린 돈이 지난 몇 십 년간 2130억달러(254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검은돈이 인도 경제에 끼치는 해악은 엄청나다.
인도 정부도 뒤늦게 이를 깨닫고 지난해부터 모리셔스와 이중과세방지협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모리셔스의 조세회피 기능을 현저히 약화시켜 불법을 근절함은 물론 이를 통해 세수를 대폭 증대시킨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무작정 밀어붙이기에는 현실적 고민이 존재한다. 만약 이 개정안이 현실화되면 인도에 투자하는 해외 펀드들이 큰 영향을 받아 외국인투자가 급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법 개정안이 제안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진척은 별로 없다. 진퇴양난인 셈이다.
검은돈을 대하는 인도 정부의 자세도 문제다. 인도 정부는 검은돈 유통의 원인을 해외에서만 찾고 있다. 이런 진단은 비현실적이다. 불법 자금의 온상은 국내이기 때문이다. 인도는 요즘 크고 작은 부정부패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내 불법자금의 뿌리와 관행을 근절하지 못하면 검은돈의 유통과 해외에서의 돈세탁 유혹을 막기 어렵다.
그래서 모리셔스와의 이중과세방지협정 개정안을 낸 인도 정부의 진의가 의심된다. 인도 정부가 정말로 검은돈 퇴출에 관심이 있다면 해외 유통뿐 아니라 국내 부정부패 척결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이는 요즘 부정부패 문제로 시끄러운 우리나라에도 시사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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