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인사를 발표할 때 내놓는 신상 자료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어제 차관 및 차관급 5명의 인사를 하면서 언론사에 배포한 인사 양식자료에 '출신지'와 '출신 고등학교'가 빠진 것이다. 열흘 전 5ㆍ6 개각 때만 해도 인사 대상자 성명란에 나이와 출신지, 출신 고교, 출신 대학이 적혀 있었다. 작지만 눈길을 끄는 변화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학연이나 지연보다 능력과 경험을 중시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인사 과정에서 불필요한 문제를 불러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라 덧붙였다. 공직자 인사에서 능력과 경험이 학연이나 지연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인사 자료에 출신 지역을 써넣지 않는다고 해서 출신지가 감춰지는 것도 아니다. 김 대변인도 "학연이나 지연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려는 하되 발표자료에서만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이다. 그런데도 이런 고육책을 쓰는 모습에서 이명박 정부의 인사 고민이 읽힌다.
현 정부는 줄곧 '고ㆍ소ㆍ영(고려대ㆍ소망교회ㆍ영남)'으로 상징되는 편중인사 시비에 휘말려 왔다. 회전문 인사, 돌려막기 인사라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는 8명의 후보자가 탈락했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인사'라는 소리를 듣게 된 까닭이다.
인사 자료의 작은 변화는 청와대가 국민의 따가운 눈길을 의식한다는 뜻이다. 4ㆍ27 재보선에서 여당이 패한 후 이뤄진 5ㆍ6 개각에서도 '회전문 인사'를 자제하는 기색이 엿보였다. 이번 조치는 그런 움직임의 연장선인 셈이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청와대 인사 스타일이 바뀌었다고 믿을 국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학연, 지연을 투명하게 밝히고 평가받는 게 시비를 없애는 길이다. 어제 발표한 차관ㆍ차관급 5명의 출신지는 영남(부산ㆍ경북) 2명, 충청(대전ㆍ충남) 3명이다. 행여 지역편중 소리가 나올까 해서 출신지를 뺏다면 더 큰 문제다.
김 대변인의 말처럼 인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능력과 경험이다. 공직자는 여기에 국가에 대한 헌신성, 국민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을 보태야 한다.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이라도 편중인사 시비를 잠재울 인사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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