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어제 이현동 청장 주재로 전국 107개 세무관서장이 참석한 가운데 '공정 세정을 위한 자정(自淨) 결의 대회'를 열었다. 앞으로 직원들이 퇴직 공무원을 위해 기업체 고문 등으로 취업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을 금지키로 하고 이런 조항을 '국세청 공무원 행동강령'에 신설하기로 했다. 최근 저축은행 사태에서 드러난 금융감독원의 '전관예우' 불똥이 국세청에도 튈까 서둘러 진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에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미국에 머물면서 대기업 등에서 수억원의 고문료를 받을 때 국세청 직원이 중간에서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런 국세청이 퇴직자에 대한 취업알선을 금지하겠다고 나선 것은 주목할 만하다. 전관예우를 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관예우가 어디 금융감독원이나 국세청뿐인가. 이른바 힘 있는 정부 부처와 기관들은 정도의 차이일 뿐 '전관예우' 관행에 푹 젖어왔다. 이들 부처의 공직자들은 퇴직 후 두둑한 연금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높은 연봉이 보장된 기업이나 회계법인 또는 로펌 등의 자리를 차지한다.
이들의 '재취업'은 한 곳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임기가 끝나면 다시 사외이사, 고문 등을 전전한다. 이들은 공직자 시절 쌓아 놓은 인맥과 후배 공무원을 동원해 월급 받는 곳의 방패막이를 하는 로비스트로 일하는 게 일반적이다. 대형 로펌들이 장ㆍ차관급 출신 공직자에게 한 달에 1억원까지 급여를 주며 영입경쟁을 벌이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일반인들이 '사오정' '오륙도' 후 수입이 없어 생계를 걱정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
전관예우의 폐해가 적지 않은데도 18대 국회에서 이를 막으려고 제출된 14건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가운데 상임위를 통과한 것은 지금껏 단 한 건도 없다고 한다. 전직 공직자를 많이 고용해 온 로펌과 관련 부처의 강력한 반대 때문이다. 이러니 국민이 공무원을 불신하게 되는 것이다. 양건 감사원장은 어제 "공직비리를 적발하면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철저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전관예우도 공직비리 차원에서 금지하고 강력 대처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직자의 반성과 엄격한 자기 절제다. 국세청의 이번 자정 다짐이 공직사회에 큰 메아리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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