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국책사업 입지를 둘러싼 지역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가 대전 대덕특구로 결정되자 경쟁에 나섰던 영남과 호남의 민심이 들끓고 있다. 영남권에서는 정권퇴진 요구까지 나오고 있고 호남권도 불만을 터뜨리기는 마찬가지다. 충청권은 50개 연구단 중 25개 연구단의 영호남 분산배치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를 경남 진주로 일괄 이전하는 대신 당초 진주로 옮기려 했던 국민연금공단의 전북 전주 이전 계획을 놓고도 영호남이 맞서는 양상이다. 진주는 국민연금공단까지 진주로 와야 한다고 하고 전주는 실력행사를 해서라도 LH의 진주 이전을 막겠다고 한다. 지역 균형발전은 간 데 없고 극단적인 지역이기주의가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무엇보다 정부 책임이 크다. 과학벨트의 경우 당초 충청권으로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올 초 이명박 대통령이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말을 바꾸면서 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지역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갈등과 분열을 부추긴 꼴이 된 것이다.


그러고는 입지 확정 발표 전에 선정 지역이 정해진 것을 전제로 탈락 지역에 일부 기관을 떼주는 식의 어정쩡한 안을 흘렸다. 갈등을 증폭시킨 뒤 정략적으로 봉합하려는 한심한 행태다.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 책임자들까지 나서 선동적인 말과 행동으로 갈등을 부채질하는 것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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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 선정에서 탈락한 지역의 실망감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 이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라 전체의 이득이다. 동남권 신공항은 경제적 효용성이 떨어지고 LH는 일괄 이전이 효율적이다. 과학벨트 역시 연구기반 집적도를 따져볼 때 국가 과학기술 연구의 거점 역할을 해온 대전 대덕특구가 점수를 받을 만하다는 점은 일반인도 수긍할 만하다. 나름의 합리적인 결정인 것이다.


국책사업 입지는 지역 안배나 정치논리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지역이기주의에 빠져 제 주장만 고집한다면 소모적인 국론 분열을 피할 수 없다. 그럴 경우 국책사업의 성공적 추진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국민 모두가 피해를 입게 된다. 갈등 해소가 급하고 중요한 일이다. 지방은 자제하고 정부와 정치권은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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