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를 대전 대덕특구로 결정하는 등 기본 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지난 2005년 과학ㆍ인문ㆍ예술계 학자 그룹인 '랑콩트르(Rencontre)'가 '세계 일류 과학자들이 모여 토론하고 연구하는 과학과 예술이 결합된 공간'을 만들자고 제안한 지 6년 만이다. 과학기술계의 숙원 사업이 곡절 끝에 이제 비로소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첫발은 내디뎠지만 앞으로 갈 길이 멀다. 당장 입지 선정을 둘러싼 지역갈등과 국론분열이 심각하다. 이런 갈등 속에 과학벨트를 추진하는 근본 취지를 어떻게 살리느냐가 앞으로의 과제다. 과학벨트는 과학자에게 창조적인 연구환경을 제공해 세계적인 기초과학 강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목적으로 추진된다. 과학발전을 최우선 가치로 놓아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걱정이 많다.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원을 나누지 않고 연구기반 구축ㆍ집적도가 큰 대덕특구를 거점지구로 정한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기초과학연구원 소속 연구단을 입지 탈락지인 영남과 호남에 분산 배치한 것은 문제다. 과학벨트는 지역개발 사업이 아니다. 그럼에도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모호한 정치적 고려로 연구단을 분산시켰다. 당연히 시너지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역에 관계없이 연구역량을 기준으로 선정해야 하는 기본 원칙과도 맞지 않는 처사다.

AD

탈락지에 대해 배려하다 보니 예산만 대폭 늘어났다. 당초 3조5000억원에서 5조2000억원으로 1조7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영남의 DUP 연합캠퍼스와 호남의 GIST 캠퍼스에 각각 1조5000억원과 6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치적 결정이 국민 부담만 늘려 놓았다. 입지 선정과정에서 드러났듯 앞으로도 정치권에서 '감 놔라 배 놔라' 간섭한다면 과학벨트라는 배가 산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어렵게 출발하는 과학벨트다. 기초과학 강국의 비전을 앞세운 국책사업이다. 과학자들의 숙원 사업이기도 하다. 성공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 과학기술계가 힘을 한데 모아야 한다. 특히 정치권과 지자체는 과학벨트를 더 이상 갈등과 분열을 부채질하는 지역이기주의의 볼모로 삼아서는 안 된다. 정치적 논쟁을 중단하고 과학벨트 발전 전략은 과학기술계에 맡겨야 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