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과 서울역에서 발생한 사제폭탄 폭발 사건은 파생상품 투자 실패에 좌절한 김모(43)씨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범행 당일인 지난 12일 옵션 만기일을 겨냥해 그는 주가를 떨어뜨리려고 공범 2명의 도움으로 사제폭탄을 만들고 터뜨리도록 했다. 그날 공교롭게 종합주가지수가 2% 이상 떨어져 그가 차익을 얻었는지 모르지만 주가 급락은 외국인을 중심으로 프로그램 매매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매물이 쏟아진 탓이었다. 그의 범행에 따른 결과는 아니었다는 얘기다.


이 사건을 한 투자자의 일탈성 행위로 간단히 치부할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라면 사회질서를 위협하고 인명을 살상할 수 있는 폭탄 제조까지 감행했다는 것은 윤리 결함을 포함한 개인투자자의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그렇지 않아도 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위험할 정도의 지나친 투기 성향을 보여 왔다. 김씨의 경우 3억300만원을 빌려 파생상품인 코스피200 풋옵션에 투자했다가 실패, 심한 빚 독촉을 받자 범행에 나설 결심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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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은 원래 주가, 통화, 채권 등 자산 가격 급변에 따른 위험을 줄이려고 15년 전 도입됐으나 점차 '한탕' 하려는 투기적 거래로 변질됐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파생상품 거래량은 37억5000만건으로 2년 연속 세계 1위였다. 김씨가 투자한 코스피200 옵션도 세계 1위의 거래량을 기록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안전성보다는 원금을 모두 날릴 위험성을 감수하고서도 수백배까지 수익을 낼 수 있는 파생상품에 떼 지어 카지노나 '로또'식 투자를 해왔다. 그런가하면 최근 주가 상승을 타고 빚을 내 투자하려는 개인들로 신용융자액이 연중 최고치 수준에 이르렀다.


사실 개인투자자들은 파생상품이나 신용융자를 해도 피해를 보기 십상이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이나 증권사는 방관하거나 뒤늦게 대응해왔다. 장사가 되면 개인투자자 피해는 '나 몰라라' 하는 태도다. 파생상품의 투기화를 막기 위해 거래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증권사들은 투자자 신용을 고려해 신용융자를 제공해야 한다. 투자자들도 투기는 승산이 낮음을 깨닫고 저축 차원의 장기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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