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IFRS적용 진통…고민하는 금융당국
타 금융권과의 형평성 문제로 예외없는 도입 강행 고려
대손충당금 쌓기로 저축銀 부담 커져..도입유예도 고민
캠코에 사후정산 방식으로 매각한 부실 PF 채권만 제외도 검토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최근 상장 저축은행이 국제회계기준(IFRS)적용 유예를 강력하게 요청하면서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전체 업종에 예외 없는 적용을 천명해온 터라 저축은행, 그것도 상장저축은행 7개에 대한 예외적용은 자칫 특혜시비로 엮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IFRS 적용을 강행할 경우 1차적으로 상장 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3%포인트 정도 하락되는 것은 물론 저축은행업계 전반에 부정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면서 ‘이렇다’할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5일 금융위윈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업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오는 7월 IFRS 도입 유예여부에 대한 지침을 여전히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측은 상장저축은행에 IFRS를 적용할 경우 개별 PF대출채권의 가치가 떨어지고 저축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반면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급락할 것을 우려해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최근 열린 저축은행 청문회 당시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은 “저축은행이 1조800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한 번에 쌓아야 하고 결과적으로 BIS비율이 3~4%포인트 떨어진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저축은행업계에선 고 의원의 주장이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부정적인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것만은 확실하다는 입장이다. 김생빈 저축은행 회원서비스부 부장은 “구체적인 수치는 밝힐 수 없지만 상장 저축은행들은 캠코에 넘긴 부실채권 가격과 실제가치의 차액 가운데 대손충당금을 쌓지 않은 부분을 일시에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하는 막대한 부담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업계의 입장에서 보면 IFRS 도입의 가장 큰 부담으로 여기는 부분이 바로 이점이다.
금융당국측은 은행권 부실PF는 전담 배드뱅크를 설립하고, 저축은행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는 3조5000억원 규모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구조조정기금으로 매입해 정리할 계획이다. 문제는 은행들의 경우 배드뱅크가 설립되면 부실채권을 매각한 이후 매각손실로하면 되지만 7개의 상장저축은행들은 IFRS 탓에 캠코로의 채권 매각이 어렵다는 점이다.
IFRS에선 배드뱅크로의 부실채권 매각을 완전한 매각으로 보고 대손충당금을 쌓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캠코로의 매각은 사후정산을 조건으로 내걸기 때문에 진정한 매각이 아니다. 따라서 저축은행은 부실규모 만큼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캠코로 채권을 매각해도 여전히 저축은행 회계에 부실로 잡히는 셈이다.
그래서 솔로몬, 한국, 진흥, 제일, 푸른, 신민, 서울 등 7개 상장 저축은행 업계를 주축으로 IFRS7월 도입 유예를 요청해놓은 상태이며 금융당국의 고민도 커져만 가고 있다.
금융당국 내부에선 형평성과 규제의 이원화 문제 등으로 도입 유예는 힘들다는 입장이 작지 않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이미 성역없는 도입방침을 천명한 상태에 저축은행만 예외를 둘 경우 전체 금융권의 반발을 살 수 있고, BIS비율을 보고 건전성을 판단하라고 했던 기존 입장과도 대치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저축은행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이미 금융당국이 IFRS 적용과 관련해 예외규정을 둔 적이 있다는 지적이다. 해운, 항공 등 환율에 민감한 업종의 경우 평균환율을 적용하는 기존 회계기준을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할 경우 연말 기준으로 바뀌면서 발생할 문제점을 우려해 유예를 둔 바 있다는 설명이다.
대형저축은행 관계자는 “6월말 결산까지 금융당국에서 IFRS도입 여부를 결정해줘야 한다”며 “그때까지는 속앓이만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상장 저축은행들도 예외없이 IFRS를 도입하되 지난해 7월 이전에 캠코에 사후정산 방식으로 매각한 부실 PF 채권의 경우 소급 적용하지 않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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