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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포럼]서울시 무상급식과 예산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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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지방선거는 대한민국에 새로운 시련과 도전을 던져주었다. 집행부의 장을 배출한 정당과 의회의 다수를 장악한 정당이 서로 다른 여소야대의 상황이 많은 곳에서 나타난 것이다. 서울, 경기뿐만 아니라 충남, 경남, 강원도 등에서 여소야대의 상황이 나타났다. 정당이란 서로 다른 가치를 제시하며 경쟁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여소야대하에서는 집행부와 의회가 사사건건 대립할 수밖에 없다. 과연 대한민국은 여소야대하에서도 민주적 가치를 잃지 않으며 국가발전이라는 대의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인가!

많은 지역에서 들리기 시작한 집행부와 의회의 불협화음은 연말 예산철이 다가오며 점차 갈등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서울시는 집행부와 의회의 갈등이 싸움으로 폭발한 첫 번째 사례라 할 수 있다. 서울시 의회가 서울 지역 모든 학교에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하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이 복지의 탈을 씌워 앞세우는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 정책을 거부하겠다"며 정면 대응을 선포하였다.
이러한 예산싸움의 종착지는 어디가 될 것인가? 우리나라 지방정부의 권력구조는 중앙정부와 마찬가지로 대통령제 방식을 채택하는데, 미국에서는 집행부와 의회의 예산대립을 예산전쟁(budget war)이라 부를 만큼 격렬하다. 예산전쟁을 위해 서울시장은 통과한 조례안을 거부하며 재의를 요구하거나 상위법 위배여부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또 조례에 규정된 사업이라 하더라도 예산부족을 이유로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하지 않을 수 있으며, 또 더 나아가 편성된 예산이라 하더라도 집행상의 여러 난점을 대며 예산집행을 사실상 거부할 수 있다. 이에 대항해 의회는 서울시장이 결국 굴복하도록 온갖 내용의 조례를 제정하며 집행부를 압박하겠지만 마침내는 주민소환을 통해 서울시장을 재선출하는 절차까지 생각하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대통령제는 집행부의 장에게 모든 권한을 집중시키는 제도가 아니다. 오히려 의회와 권력을 나누어 갖는 권력분립(separation of power)의 이념을 구현하는 제도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대통령제의 진정한 이념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집중됐던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우리 사회에서는 예산권을 놓고 집행부와 의회가 벌이는 다툼이 격화되고 있는데 이 다툼을 적절하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와 국가발전은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다.

물론 내각책임제에서는 내각불신임, 의회해산이라는 절차를 통해 의회를 장악한 다수당이 집행부를 구성한다. 다시 말해 여소야대와 예산전쟁의 가능성이 없다. 이 때문에 많은 학자들은 1980년대까지 내각책임제가 대통령제보다 훨씬 더 안정적인 권력구조로 판단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학자들은 점차 권력분립을 통해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의 묘미를 발휘한다면 대통령제가 내각책임제보다 훨씬 더 우월한 사회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내각책임제하에서 집행부 장이 수시로 변경된다면 정부는 장기적 비전을 상실할 것이다.
무상급식을 통해 불거진 예산전쟁, 과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그것이 무엇이건 우리 국민들은 견제와 균형을 넘어 파국적 상황을 만드는 쪽에 대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엄중한 제재를 가할 것이다. 이제 집행부와 의회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며 무엇이 자신들에게 도움이 될는지 가늠해야 한다. 나아가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이러한 경험을 심각하고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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