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지역에서 들리기 시작한 집행부와 의회의 불협화음은 연말 예산철이 다가오며 점차 갈등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서울시는 집행부와 의회의 갈등이 싸움으로 폭발한 첫 번째 사례라 할 수 있다. 서울시 의회가 서울 지역 모든 학교에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하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이 복지의 탈을 씌워 앞세우는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 정책을 거부하겠다"며 정면 대응을 선포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대통령제는 집행부의 장에게 모든 권한을 집중시키는 제도가 아니다. 오히려 의회와 권력을 나누어 갖는 권력분립(separation of power)의 이념을 구현하는 제도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대통령제의 진정한 이념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집중됐던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우리 사회에서는 예산권을 놓고 집행부와 의회가 벌이는 다툼이 격화되고 있는데 이 다툼을 적절하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와 국가발전은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다.
물론 내각책임제에서는 내각불신임, 의회해산이라는 절차를 통해 의회를 장악한 다수당이 집행부를 구성한다. 다시 말해 여소야대와 예산전쟁의 가능성이 없다. 이 때문에 많은 학자들은 1980년대까지 내각책임제가 대통령제보다 훨씬 더 안정적인 권력구조로 판단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학자들은 점차 권력분립을 통해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의 묘미를 발휘한다면 대통령제가 내각책임제보다 훨씬 더 우월한 사회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내각책임제하에서 집행부 장이 수시로 변경된다면 정부는 장기적 비전을 상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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