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포럼] 국가위기관리 중장기 전략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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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전과는 다른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다. 매번 북한에게 당하기만 한다고 속상해했던 국민들이 이제는 우리의 비대칭전력이 북한에 비해 한참 뒤진다는 보도에 더 큰 불안을 떠안아야 하는 형국이 돼버렸다. 우리의 우세한 전력을 믿고 한번만 더 도발하면 확전을 해서라도 응징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던 사람들에게는 큰 충격이었으리라.


지난 11월23일 군인뿐만 아니라 무고한 민간인까지 무차별 살상한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정부 국가위기관리의 성패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었다. 물론 강한 안보를 중시하는 보수 진영과 다수의 여론은 정부의 소극적 위기관리를 맹렬히 비난했다. 그러나 동전의 양면과도 같이, 어찌됐든 더 이상의 확전을 막은 정부의 국가위기관리야 말로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라고 말하는 의견도 있었을 것임이 틀림없다.

이러저러한 경로를 통해 '북한의 도발에는 강한 응징을 해야 한다'는 주장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몇 가지 가정을 알고는 깜짝 놀랐다. 첫째 북한이 처해 있는 경제난과 권력 세습 등으로 인해 대규모 전면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둘째 설사 전면전을 하는 경우에도 우리가 승리할 것이 분명하며 전황이 불리해져도 미국이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것이다. 셋째 전면전의 경우 미국이 이라크의 후세인을 체포했던 것처럼 김정일과 북한 지도부를 잡아 들여 벌줄 수 있다는 가정과 또 그래야 한다는 주장이다. 넷째는 이스라엘처럼 주변 적대국의 조그마한 이상 징후에도 전투기나 미사일로 대규모 선제공격을 하는 것만이 평화를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모델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악의 경우에도 주변국들의 중재와 협상 노력을 통해 또다시 휴전이 될 것이라는 가정이다.


나름대로 어느 정도 타당한 가정들이나 그 속에 숨겨져 있는 여러 가지 제약조건들은 드러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반 국민들이 전투기나 미사일을 사용해서 도발에 강력하게 응징하는 것이 최상이라는 주장에 쉽게 동조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 말 그대로 북한과의 대규모 전면전은 벌어지지 않을지라도 단 며칠 동안의 짧은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은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6ㆍ25 전쟁 이후 그동안 당해온 도발에 대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고 그동안의 분노를 풀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 결과 우리가 지난 60여년 동안 피땀으로 일궈온 삶의 터전과 경제발전의 성과물은 물론 금융, 전력, 정보통신, 원자력, 댐 등과 같은 국가핵심기반 시설의 파괴를 대가로 내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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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후세인과는 달리 김정일의 뒤에는 미국과 맞설 수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함께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 체제의 붕괴나 지도부의 체포는 앞질러 가는 말이다. 셋째 프랑스, 독일, 영국 등과 같은 강대국 틈에서도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주변국들과 밀접한 밀착관계를 통해 평화와 안전을 보장받는 네덜란드나 벨기에 모델도 있다. 만일 서해5도가 한반도 위기를 촉발하는 화약고라면 첨단무기 대신에 각종 국제기구나 국제연합(UN) 기구의 설치, 그리고 동북아 경제자유무역 지대로의 변신을 통해 위기촉발 요인을 제거하는 것도 설득력있는 방안이 되지 않을까 한다. 대통령이 전쟁 불사의 강경 여론에 맞닥뜨리게 되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지게 될 수 있다는 점도 걱정이다.


어쨌든 북한이 핵무기, 화학무기, 생물학무기 등의 대량살상과 기습공격이 가능한 비대칭전력이 우세하다면 이제라도 국가위기관리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냉정하게 대응하는 것이야말로 전쟁을 막고 통일과 번영을 이룰 수 있는 방안으로 생각된다.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 교수(국가위기관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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