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구 서울대 교수

변창구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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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 "아니 왠 왕관이 베개 맡에 놓여있을까. 오! 너무 닦아 빛나는 불안거리, 황금의 걱정거리. 너 때문에 잠의 문이 오랫동안 닫혀지지 못하고 밤샘을 해야하는 거다. 국왕의 지위란 무엇이냐. 네가 그 주인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마치 훌륭한 갑옷을 더운 여름날 입고 있는 것과 같아. "(셰익스피어의 작품 '헨리4세' 중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르고 싶어한다. 자신이 속해있는 조직에서 최고까지 올라가는 것을 꿈꾼다. 하지만 그 자리는 단 하나다. 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제대로 하는 것도, 그래서 지키는 것도 힘들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12일 휴넷이 주최하고 아시아경제신문이 주관한 CEO포럼의 강사로 나온 변창구 서울대 교수(영어영문과)는 셰익스피어를 통해 이 같은 이야기를 풀어냈다.


변 교수는 "영국 장미전쟁의 서막이라고 할 수 있는 에드워드 3세 이후 벌어진 왕권 장악을 위한 권력 투쟁을 그린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는 지도자의 고뇌와 자질, 삶의 의미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3세는 7명의 아들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이후 왕위를 물려받은 건 장손인 리차드 2세.
셰익스피어 작품에 리차드 2세는 "국고를 탕진하고 권력을 남용하여 인기가 없다"고 묘사되고 있다.


결국 사촌인 볼링브루크(헨리 4세)에게 왕권을 빼기게 된다. 하지만 적통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헨리 4세 역시 순탄하지는 않았다. 그에게 동조했으나 보상이 충분치 않다고 불만을 품은 귀족들의 내란이 이어졌다. 후사를 이을 왕자 핼의 방탕한 생활도 헨리 4세에게는 두통거리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린 핼 왕자는 아버지를 도와 반란을 평정하는 등 공을 세우고 헨리 5세로 즉위한다. 그는 '내치를 외치로 푼다'는 공식에 따라 프랑스와 전쟁을 일으키고 대승을 거둔다.


변 교수는 "셰익스피어는 '리처드 2세'에서 중세와 르네상스, 감상적인 왕과 현실감각이 뛰어난 왕의 대립을 그리고 있다"면서 "중세를 상징하는 리처드 2세는 정통성을 지녔지만 지도자로서의 결함이 있던 인물인 반면 르네상스의 상징인 헨리 4세는 자질은 갖췄지만 적법성에 문제가 있던 인물"이라며 이 두 인물의 역사 속 역할과 내적 갈등이 셰익스피어의 주요 테마였다고 설명했다.


제 3의 인물인 헨리 5세는 훌륭한 지도자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변 교수는 "헨리 5세는 마키아벨리즘의 전형적 인물"이라며 "변신과 권모술수, 이중성의 리더십을 지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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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셰익스피어는 지도자란 어떤 것인가를 인간적으로 접근하고자 했다는 게 변 교수의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변 교수는 "자리가 지도자를 만든다. 하지만 그도 결국 우리와 같은 인간이다. 희로애락에 몸을 떨고, 공허해하고 좌절하며 번민한다. 그러나 일단 역사 속에서 역할이 주어지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치열한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송화정 기자 yeekin77@
사진 = 송원제 기자 swi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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