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해팅은 옛말..위장취업 등 교묘한 전략으로 대책 고도화 해야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사례1. "임베디드시스템 신제품으로 중국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었는데 갑자기 똑 같은 프로그램이 현지에서 출시가 됐더라고요. 보안컨설팅업체에 조사를 의뢰했더니 얼마전 퇴직한 엔지니어가 중국업체로 이직해 우리 프로그램을 고스란히 베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임베디드 시스템 개발업체 A사 대표)


#사례2. "중국현지 인터넷에 우리가 보유한 고급기술정보가 유포됐다고 해서 자체조사를 해보니 한 연구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떡 하니 관련 내용을 올려놨더라고요. 해당직원에게 주의를 주는 것으로 끝냈지만 마음은 답답하기만 합니다."(패널관련 B업체 보안담당 임원)

최근 전자ㆍIT관련 기술 및 전문인력의 중국 유출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지만 회사차원에서의 내부보안 대비책은 여전히 부실하고 관련 직원들의 보안의식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매년 좁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대적인 재점검 및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5일 ITㆍ전자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해킹보다는 지능적인 전문인력 스카우트 등을 통한 기술빼가기에 열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중국 IT업체들은 한국기업 엔지니어들에게 거액을 제시한 후 수개월 동안 기술기밀을 수집할 시간을 부여한다. 이 후 유령업체(페이퍼컴퍼니)나 타업종의 계열사 등에 위장취업시키고 정작 근무는 관련업체에서 하도록 치밀한 전략을 쓰고 있다.

C업체 보안임원은 "핵심 엔지니어들과는 '퇴직후 1년간 동종업체 취업금지'조항을 넣어 근로계약을 맺지만 방법이 교묘해져 현실적으로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고 토로했다. 혹시 모를 민사소송에 대비해 취업의사도 없는 여러 업체에 이력서를 제출해 면접까지 본 후 이를 서류로 남겨 법정에서 불가피한 취업으로 호소하는 증거로 쓰는 것도 한 예다.


근본적인 문제는 극히 일부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임직원들의 보안의식 수준이 너무 낮다는데 있다.


기술보안컨설팅업체 레드아이포렌식스 윤오영 대표는 "주변 동료들은 기술유출 낌새를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지만 이를 묵인하고 회사는 업무장벽을 철저히 쳐놓지 않아 해당업무 외 기밀에도 접근을 허용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지적했다.


또 "기술유출 가능성을 점검하는 '포렌직 감사'를 하는 회사는 거의 없고 대부분 문제가 터진 후 컨설팅을 의뢰하지만 기술ㆍ경제적 손실을 100% 만회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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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주주보호 차원에서라도 기술유출에 대한 엄격한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술ㆍ인력유출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주가가 떨어지고 이는 일반 투자자들의 손실로 직결되는 만큼 핵심기술유출시 의무공시제도 도입 등을 통해 기업들이 스스로 사전 방지책을 강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작년까지 총 225건의 기술유출 시도가 적발됐으며 이 가운데 전기전자, 정보통신 부문 유출이 63%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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