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포럼]이제 우리도 노벨상을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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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상은 유난히 아쉬웠다. 특히 문학상과 물리학상이 그랬다. 외국 주요언론도 고은 시인의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을 점쳤고, 이번 물리학 분야 수상 업적인 그래핀 발명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선두주자인 김필립 교수의 경우도 안타까웠다. 화학상 수상자 2명을 보태 열광하는 일본이 유난히 부러웠던 것도 그런 아쉬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우리도 노벨상 수상자 배출국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하지만 노벨상은 역시 과학분야에서 받는 것이 여러 가지로 의미가 크다. 세계 10위권에 오른 경제력, 올림픽과 월드컵을 유치하고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의 의장국을 맡을 정도로 성장한 국제적 위상, 그리고 세계 5위권으로 평가되는 과학기술 경쟁력을 고려하면 이는 결코 무리한 욕심은 아닐 것이다.

지난 110년 동안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국가는 과학상을 받은 46개국을 포함해 모두 68개국에 이른다. 미국은 무려 326명이나 배출했고, 영국과 독일 출신의 수상자도 각각 100명을 넘는다. 18명을 배출한 일본은 12위에 해당한다. 오는 11월 G20 서울 정상회의 참가국 중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네시아 두 나라가 노벨상 수상 경력이 없다.


우리라고 못 받을 이유가 없다. 음악과 스포츠, 드라마와 대중문화까지 한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마당에 우리 과학자들은 뭘 하고 있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심지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고, 지원도 해주지 않았는데도 세계를 제패한 여자 축구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조급해할 일은 아니다. 수상자의 그림자만 봐도 '우리는 언제 받게 되느냐'는 황당한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그런다고 달라질 일은 아니다. 우리끼리 유력한 후보자를 찾아내 집중 지원을 한다고 법석을 떨고, 정부가 나서서 '로비'를 한다고 수상자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공연히 기분만 상할 뿐이다.


우선 노벨상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버려야 한다. 과학상을 받는다고 실제로 우리 과학이 도약을 하고 국격(國格)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


노벨상을 받은 업적이 모두 과학적으로 중요한 것도 아니고, 노벨상을 받지 못한 업적이라고 모두 가치가 없는 것도 아니다. 노벨상 선정위원회가 현대 과학의 모든 업적을 공정하고 엄격하게 심사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도 물론 아니다. 노벨상이 모든 면에서 공정해야 할 이유는 없다. 우리가 괜히 노벨상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을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일본에 대한 평가도 달라져야 한다. 1949년에 물리학상을 받은 유카와 히데키(湯川秀樹)는 현대 입자물리학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이었고, 아쉽게 노벨상을 놓쳐버린 기타사토 시바사부로(北里柴三郞)는 1901년 최초의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에밀 베링과 함께 수상 업적인 디프테리아균을 연구했던 세계적인 생리학자였다. 메이지 유신 때부터 현대 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투자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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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현대 과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원자력 분야에 유학생을 처음 파견했던 1959년이었다. 일본보다 한 세기가 뒤처진 셈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40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과학계가 세계적 수준에 올라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제 모든 것을 걸고 노벨상을 향해 돌진하기 보다는 노벨상이 스스로 우리를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노벨상이 세계 과학계의 축제라는 점을 인정하고, 수상 업적의 가치를 확인하고 수상자를 진심으로 축하하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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