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달성한 나라가 있을까? 이론적으로 민주화와 산업화가 양립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 민주주의를 실행하면서 산업화를 이룬 사례는 찾기 힘들다. 민주주의는 이상적이고 바람직하기는 하지만 경제성장에는 끔찍한 걸림돌로 여겨져 왔다. 최소한 아시아에서는 그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이런 상식을 비웃듯 민주주의와 산업화를 동시에 실현하는 나라가 있다. 바로 인도다. 인도는 산업화 초기에서부터 민주주의를 실천하며 산업화를 적극 추구하고 있다. 대단히 이례적이고 놀랄만한 사건이다.
산업화는 민주주의가 아닌 권위주의체제와 '선택적 친화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즉, 경제 성장은 강압적 체제와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동아시아의 기적' 국가에 속하는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경우다. 30년간 이어진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의 강압통치하에서 한국경제는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먼저 산업화를 이룬 영국이나 프랑스, 미국 등 서구 산업국들 또한 산업화 초기에는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예를 들어 18~19세기 영국이나 프랑스, 미국 등에서 참정권의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었고,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 역시 아주 극심했다.
이들 선발 산업국가들도 산업화를 어느 정도 성숙시킨 연후에야 민주화로 나아갔다. 한마디로 말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실현한 국가는 매우 찾기 힘들다. 특히 그 범위를 구미 선진국 이후의 후발 산업화 국가들로 한정시킬 경우 그 예는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인도의 사례는 아주 놀랍고 주목할 만하다. 인도는 평등한 참정권, 언론자유의 보장, 노동운동 허용 등 서구 유럽 못지않은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를 실천하면서 산업화를 추구하고 있다. 최근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과거 동아시아국가들이 한참 잘 나갈 때와 같은 8~9%대에 달한다. 놀랍게도 과거 권위주의 체제를 바탕으로 고성장을 달성한 동아시아국가들과는 달리 민주주의를 실천하면서 이처럼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인도는 경제성장의 속도에서뿐만 아니라 폭과 깊이에서도 세계를 놀라게 하는 중이다. 인도의 기적은 그동안 주력으로 간주돼온 정보산업 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제조업 분야의 발전도 눈부시다. 심지어 전통적으로 취약한 분야로 인식됐던 농업 분야까지 덩달아 성장하기 시작했다.
과거 인도 경제의 저성장 원인을 민주주의에서 찾던 주장은 이제 힘을 잃었다. 예전 인도가 저성장을 면치 못했던 이유는 민주주의 때문이 아니라 잘못된 정책 탓이었다는 게 이제 중론이다.
자급자족을 목표로 한 사회주의식 경제, 보호무역적인 수입대체산업화 정책, 정부가 기업활동에 일일이 간섭을 한 허가제 경제, 외국인 투자에 대한 두려움,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거부감 등 시대착오적인 정책들이 인도 경제의 고속 성장을 방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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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와 정치 민주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는 없다는 생각은 아시아와 서구를 막론하고 정책 결정자나 학자들 사이에 오랫동안 자리해왔다. 그러나 인도는 이 생각이 틀렸음을 증명하고 있는 중이다.
인도의 민주화와 산업화 동시 추진전략이 성공한다면 이는 세계 어떤 나라도 실현해본 적이 없는 기적을 행하는 일이다. 이런 기적은 현재로선 실현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약 성공한다면 경제학자나 정치학자들은 경제발전에 관한 이론을 새로 써야 할 것이다. 정신적 자산이 풍부한 인도가 경제발전 측면에서도 인류에게 새로운 성장모델을 제시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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