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위,'과학계 컨트롤타워' 숙원 풀린다
예산권 쥐고 R&D 편성,조정권 확보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 정부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강화개편안을 내놓은 가운데 강화된 국과위가 과학계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 정부들어 과학기술부가 교육인적자원부와 통합되며 국가 연구개발사업(R&D)를 조정할 컨트롤타워가 사라졌다는 비판이 이어져왔다. 이명박 정부는 과학기술부를 폐지하는 대신, 국과위를 과학계 최고 의결기구로 내세웠으나 예산 배분권 등을 쥐지 못해 명목뿐인 '종이 호랑이'로 전락했고, 상설기구였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도 비상설기구로 격하되며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각 부처의 R&D 계획 등을 효율적으로 조정하지 못해 예산이 낭비된다는 비난도 뒤따랐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제시한 국과위 개편안은 예상보다 더욱 '센' 내용으로 채워졌다. 당초 위원장이 장관급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고 장관급 부위원장이 실무를 담당하는 대통령 소속 상설 행정위원회로 개편해 상설기구로 자리잡게 한 것이다.
특히 과학기술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예산 편성ㆍ조정권이다. 지금까지는 기획재정부가 R&D 예산을 편성,배분했다. 이에 따라 비전문가가 R&D예산을 집행한다는 비판이 계속돼왔으며, 국과위를 상설화하고 재정부에서 예산권을 넘겨받는 것은 과학기술계의 '숙원사업'으로 꼽혔다.
국과위 개편안은 이 예산권 부분에서 큰 폭의 진전을 보였다. 과학기술계 전문가들이 소원대로 기재부에서 R&D 예산 총액을 넘겨받은 뒤 국과위가 직접 배분, 조정을 담당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국과위는 재정부가 정해 주는 R&D 예산 총액 중 국방 및 인문사회 R&D와 국립대학 교수 인건비 등을 제외한 75%의 예산을 이관받았다. 아울러 성과평가 등도 직접 수행해 예산을 배분할 수 있게 됐다. 당장 내년 책정된 R&D 예산 14조 9000억원 중 75%의 사용처를 과학기술계가 자율로 조절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대로라면 국과위는 국가 R&D 예산 편성 조정권, 출연연 관리 기능 등을 담당하며 명실상부한 컨트롤타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창경 교과부 제 2차관은 이와 관련, "범부처 차원에서 과학기술 예산권을 과학기술전문가가 갖고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면서 "이번 개편안은 재정부가 용단을 내린 결과"라고 평가했다. 김 차관은 또 "부처 이기주의보다 예산 배분의 합리성이나 효율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강화개편안은 과학기술계 컨트롤타워로서 국과위의 위상을 정립했다는 평가가 나온 만큼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출연연 통폐합 등 큰 숙제가 남아 있으나 가장 결정적인 예산 관련 권한을 확보해 지금까지의 R&D 난맥상을 정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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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의 최대 시민단체인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 이규호 공동대표(한국화학연구원 연구위원)는 "이 정도면 과학기술계 컨트롤타워로 손색이 없다"면서 "국과위가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상설행정위원회로 격상되며 국가연구개발 사업의 기획 및 종합조정권과 예산 배분권을 가져 실질적 범부처 기구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각 부처가 사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예산권까지 쥐는 것과 달리 국과위가 조정기구 역할을 맡아 사업 효율성이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 대표는 "과거 과기부 시절에는 지식경제부가 예산권에 대해 계속 문제제기를 하는 등 효울성이 떨어졌다"면서 "사업 수행은 각 부처에 맡기되 국과위가 예산 배분을 담당하는 식으로 가는 것이 R&D발전에 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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