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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포럼] 진짜 '사람'이 사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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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간의 싸움이 치열하다. 경쟁력이 우수한 도시들은 금융, 문화, 교육, 의료 등 여러 분야에서 허브역할을 담당하며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의 공간적 영향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대되고 있으므로, 주요 도시로의 경쟁력 집중현상은 성장잠재력이 부족한 도시들과 강한 도시들간의 격차를 더욱 넓힐 것이다. 즉, 큰 도시는 더 커지기 쉽고, 잘사는 도시는 더 잘살게 되기 쉬울 것이란 이야기이다.

그동안 도시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제조업이 쇠퇴하고 탈산업사회가 도래하면서 도시는 급격한 변화를 겪어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쇠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과정은 도시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인 데, 이걸 찾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문제는 또 있다. 사람의 변화이다. 고령화 추세와 저출산의 심화는 특히 도시의 쇠퇴를 가속시키는 기제로서 앞으로도 작용하게 될 것이다. 지금의 고령화 추세가 지속된다면 우리나라는 2018년에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비중이 15%에 달하여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26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정말 중요한 문제는 그동안 우리가 해온 도시개발방식에 있다. 지금까지의 새로운 시가지를 조성하는 신개발 위주의 개발방식은 이제 한계를 보이고 있다. 1960년대 이후 빠른 주택보급과 토지수요 충족을 위해 추진된 신도시, 신시가지 위주의 압축적인 도시개발을 통해 우리는 구시가지의 정주인구 감소와 상업, 문화, 교육, 복지 등의 기능악화를 경험했다. 아울러 계속되는 인구고령화 및 인구쏠림 현상은 도시의 생산기반이 취약해진 중소도시에서 주변 개발로 인해 인구유출이 심화되는 등 중심시가지의 공동화 현상을 가속시켜왔다.

그동안 진행되어온 도시의 공동화 현상과 이로 인한 도심부 쇠퇴현상은 에너지 및 자원의 낭비, 교통 혼잡, 공해, 구시가지 기반시설의 노후화 및 상업기능의 쇠퇴 등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 문제를 복합적으로 야기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실시된 기존 도시 정비사업의 경우, 물리적 환경정비 위주로 침체된 지역을 활성화시키려 했기 때문에 이미 황폐화된 구시가지를 회복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근본적으로 도시를 재활성화시키는 데는 여러 가지로 부족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쇠퇴한 지역을 여러가지로 개선하여 활력이 저하된 기능을 회복하고 경쟁력 있는 정주환경으로 재창조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앞으로는 도시의 경제적 부흥 및 도시적 활력 회복 측면 까지를 포함한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도시재생의 필요성이 여기저기서 대두되고 있다.

지난 40여년간 앞만 보고 질주해온 우리 도시가 이제는 몸을 추수리고 아픈 곳, 삐걱거리는 곳을 고칠 때가 온 것이다. 이러한 도시의 위기는 역으로 이제는 도시의 주인이 사람이란 것을 깨닫고 도시를 정비하고 만들어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동안 우리는 사람을 숫자로 생각하며 도시를 만들어 왔다. 몇 천 명이 사는 동네, 몇 만명이 살 수 있는 도시를 미리 목표로 하고 도시를 만들어 왔다. 아니 어쩌면 몇 천, 몇 만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그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온 것이 정확한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이 와중에 사람은 아주 합리적인 존재로 가정되었다. 항상 최단 거리로 이동하면서 이성적인 판단을 숫자로 하는 존재, 그것이 각종 도시만들기 모델에 등장하는 사람이었다.

도시의 발전 속도가 서서히 정체되어 가는 지금, 사람을 진짜 사람으로 보고 도시를 만들어갈 수 있는 때이다.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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