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만기 중단조치 실질적 압박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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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재무개선약정 체결을 둘러싼 현대그룹과 채권단 간의 갈등이 장기 표류할 조짐이다. 양측 모두 한발의 물러섬도 없이 대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등 현대그룹 채권단은 이달 중 현대그룹에 대한 대출의 만기 연장을 중단할 방침이다.
지난 8일 현대그룹에 대한 신규 신용공여를 전면 중단했음에도 현대그룹이 재무개선약정 체결을 여전히 거부하자 추가 압박을 가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그룹에 대한 채권단의 대출 만기 연장 중단 조치가 당장 현대그룹에 실질적인 압박이 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현대그룹의 금융권 여신은 4000억~5000억원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대그룹이 보유한 현금 유동성이 1조3000억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1분기말 기준 현대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192억원이다. 금융 계열사인 현대증권·자산운용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더하면 총 1조2961억원이다. 현금성 자산은 별다른 비용 지출 없이 3개월 이내에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자산을 카리킨다.
당초 채권단은 신규 신용공여를 중단하면 현대그룹의 입장에 어느 정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채권단의 예상과 달리 현대그룹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재무개선약정을 체결할 용의가 전혀 없으며, 외환은행 여신을 모두 갚고 주채권은행을 변경하겠다는 것.
현대그룹은 최근 "외환은행 여신 1600억원 중 400억원을 상환해 현재 1200억원이 남은 상태"라며 "나머지도 모두 갚아 주채권은행 거래 관계를 소멸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채권단의 조치가 약발이 안 들면서 채권단의 추가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출 만기 연장 중단도 큰 효과가 없을 전망이어서 이에 더해 추가로 기존 대출의 회수 조치도 취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금융당국 및 은행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그룹의 금융권 총여신은 2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 1분기말 현재 금융사를 제외한 현대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유동부채는 2조1428억원으로 집계됐다. 유동부채는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부채다.
비유동부채를 더할 경우 총 부채는 7조4985억원으로 늘어난다. 채권단의 압박 조치가 장기적으로 현대그룹에 미치는 영향은 적잖을 수밖에 없다.
재무개선약정을 체결하면 현대건설 인수에 참여할 수 없게 돼 현대상선 경영권에 위협을 받게 되는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재무개선약정은 사활이 걸린 문제다.
현대건설을 범현대가에서 인수하면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8.3%가 넘어가면서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뺏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도 현대그룹의 입장을 알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그룹이 재무개선약정을 체결하면 현대건설을 범현대가에서 인수하더라도 경영권 위협이 없도록 해줄 것을 검토 중이란 얘기도 나온다.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을 현대그룹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이에 대해 외환은행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기본적으로 채권단은 재무개선약정만이 해결책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그룹의 주장대로 재무구조 평가를 다시 할 경우 형평성에 맞지 않을 뿐더러 나쁜 전례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채권단의 현대상선 경영권 보장설에 대해 "가능성은 다양하게 검토해봐야 하겠지만 채권단에서 공식적으로 입장이 전달된 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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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을 달리는 양측의 대립이 장기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나서서 합의점 도출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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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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