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아시아에서 문명을 잉태하고 발전시켜 왔다. 지구 육지 면적의 30%에 세계 인구의 60%가 살고 있다. 구매력을 기준으로 산출할 때 2009년 아시아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34%를 차지할 정도로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 세계는 중국, 인도를 비롯한 거대한 아시아 시장으로부터 새로운 경제 활로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아시아가 유럽연합(EU),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처럼 하나의 경제적 공동체를 결성한다면 세계의 역사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다시 움직일 것이다.
아시아는 이러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문제점도 가지고 있다. 특히 식량부족과 빈곤문제는 아시아의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심각한 곡물파동을 겪은 2008년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전 세계 빈곤인구 중 3분의 2 정도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살고 있다. 아시아에서 식량가격이 20% 오르면 하루 평균 1달러 미만으로 사는 절대빈곤 인구가 1억명씩 늘어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아시아가 눈부신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여전히 식량위기로 인한 정치 경제적 불안요소가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사회는 아시아지역의 빈곤 퇴치를 위해 농업선진국인 우리나라의 역할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국가의 일원으로 지리ㆍ기후ㆍ문화ㆍ역사를 함께 공유해 왔다. 1970년대에 통일벼를 개발 보급해 단기간에 주곡의 자급달성을 이룬 경험과 농업 생산성 증대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1970년대부터 3400명이 넘는 개도국의 농업전문가를 초청해 훈련시켰으며 그 중 약 80%가 아시아 국가 출신이다. 이들 훈련생들은 각국의 농업부처, 대학, 연구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자국의 농업발전과 농촌개발을 위한 견인차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개도국에 한국형 농업기술지원의 성공모델을 만들고자 베트남, 미얀마 등 아시아 3개국을 포함한 전 세계 7개국에 해외농업기술개발(KOPIA) 센터를 설치했다. 국가별로 필요한 분야의 농작물 재배시험, 농업기술 공동연구, 전문가 파견, 맞춤형 기술이전, 교육훈련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그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즉 '물고기 잡는 방법'의 전수와 더불어 '물고기를 함께 기르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는 현지 국가의 기대가 높아 수요를 반영해 필리핀, 민주콩고 등에 지속적으로 확대설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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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나라가 모든 국가를 지원할 수는 없다. 이에 농촌진흥청이 주도해 지난해 11월 아시아 12개국이 참여한 '아시아 농식품 기술협력 이니셔티브(AFACI)'를 결성, 아시아 국가간의 농업협력의 장을 마련했다. 지난 4월 AFACI 제1차 총회가 필리핀에서 개최됐고 필자와 필리핀 농업부의 뿌얏(Puyat) 차관이 공동의장으로 선출됐다. 아시아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농업기술정보 네트워크', '국경 이동성 병해충 관리 네트워크', '농업연구개발과 기술보급 시스템의 발전방안' 등 범아시아 차원의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과제를 확정했다.
선진화된 우리의 농업기술을 개도국에 지원하고 아시아 대륙의 경제권역간 상생을 도모하는 노력은 자원외교와 국격을 제고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식량부족에 따른 아시아 국가의 기아와 빈곤의 문제를 선도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은 농업기술의 협력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21세기의 진정한 국력은 강력한 군사력보다 국제사회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국가의 품격으로부터 비롯됨을 인식하고 글로벌 시대의 농업분야 협력을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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