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연측은 "통신이 두절돼도 발사는 성공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애써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지만 나로호가 1단 비행구간에서 발사 137초만에 폭발, 추락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그마저도 사라졌다. 우주로 가는 꿈은 그렇게 산산조각났다.
문제점이 속출하는데도 발사는 바로 다음날인 10일 강행됐다. 무리하게 발사를 추진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발사 속행에 대한 '강박증'은 발사를 앞둔 일정 내내 감지됐다. 항우연은 8일 기립이 지연될 것이라고 알렸다가 채 30분도 지나지 않아 이같은 발표를 번복하고 기립 작업에 돌입했다. 발사 연기가 길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10일 발사를 발표하는 순간에도 완벽하지 못한 기상조건 때문에 초조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발사 결정 여부의 적절성에 대해 조사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이번 발사가 성급한 것이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연구진에게 지워진 2차 발사의 부담감이 이같은 결과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추론은 가능해 보인다.
우리나라 우주개발의 역사는 고작해야 20년이 채 안된다. 특히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하는 우주개발의 영역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갓 걸음마를 뗀 어린아이와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는 연구진들에게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을 주문하며 지나치게 서둘러왔는지도 모른다. "지난 몇 년간 연구원들의 웃는 얼굴을 본 적이 없다"던 한 항우연 연구원의 말대로, 나로호 연구진들은 프로젝트가 시작한 지난 2002년부터 지금껏 우주만을 바라보며 일편단심 매진해왔다. 실제로 그동안 두차례의 실패를 거치며 얻어낸 기술적 성과도 적지 않다. 이번 2차 발사 실패를 빌미로 우주개발이나 항우연 연구원 등 관련인사들을 무턱대고 비난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우주산업은 실패를 딛고 여러번 거듭 일어서야 비로소 성공을 향해 다가갈 수 있는 그야말로 힘겨운 사업이다. 나로호가 겪은 두 번의 실패가 더욱 값진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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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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