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국제 석유 시장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면서 이들이 서구 국가들보다 싼 가격에 석유제품을 사들이는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인도, 일본, 한국 등 자원이 부족한 아시아 국가들은 오래 전부터 중동 산유국에 석유 공급을 크게 의존해 왔다. 이 때문에 중동 산유국들은 아시아 국가들과의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했고, 아시아 국가들은 '아시아 프리미엄'이라 불리는 일종의 웃돈을 내야했다. 1988년 이래 이 아시아프리미엄은 평균 배럴당 1.20달러로 집계됐다.

그러나 아시아 경제의 급성장으로 판도가 바뀌고 있다고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시장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과거와 달리 오히려 서양보다 싼 가격에 석유를 사들이고 있는 것.


미국 석유산업 주간 정보지 PIW(Petroleum Intelligence Weekly)에 따르면 지난 3월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시아 국가들에게 경질류를 유럽국가 대비 배럴당 6.37달러 싼 가격에 공급했다. 쿠웨이트와 이라크 역시 같은 결정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PIW는 "아시아 국가들이 이번 달에도 가격 할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같은 현상을 놓고 전문가들은 글로벌 석유 시장에 근본적인 판도 변화가 생긴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이제 아시아 프리미엄은 업계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관측됐다. 에너지 정보제공업체 플래츠의 데이비드 언스버거 디렉터는 "게임의 구도가 바뀐 것"이라며 "가격 결정력이 아시아 지역으로 넘어간 것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프리미엄이 사라지면서 아시아 국가들이 얻게 될 경제적 이득도 상당할 전망이다. 영국 BP사의 통계에 따르면 2008년의 경우 아시아는 중동으로부터 하루 1400만배럴의 석유를 수입했다. 당시 프리미엄은 평균 배럴당 8.08달러. 아시아 국가들은 410억달러의 추가 비용을 부담한 셈이다.


아시아 프리미엄이 사라지게 된 배경에는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력 향상과 더불어 석유 수요가 급증, 가격 협상력이 높아졌다는 사실이 존재한다. 미국 에너지국은 아시아의 석유 수요가 2030년께 글로벌 전체의 36%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아시아의 석유 수요는 전체의 29%를 차지한다.


또 아시아 국가들이 최근 중동 뿐 아니라 아프리카·남미 등지로 석유 공급 경로를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1분기 서아프리카산 석유 수입은 60% 증가한 하루 175만배럴에 이르렀다. 지난해 12월 시베리아 동부에 송유관을 완공한 러시아의 경우 중국과 일본, 싱가포르에 하루 40만배럴의 원유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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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국가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천연자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시아 최대 석유 소비국가인 중국은 최근 향후 10년간 하루 10만배럴의 석유를 공급받는다는 조건으로 베네수엘라에 차관 200억달러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3월 아프리카 3위 석유 생산국가 앙골라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중국 최대 석유 공급국가로 발돋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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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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