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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노예 생활의 댓가가 고작 66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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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법 맡겨진 지적장애인 손 모 씨를 40년간 착취한 A씨 부인에게 "손 씨에게 6600만원 배상하라" 판결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40여 년간 남의 집에 맡겨 진 채 사실상 노예 생활한 댓가는 과연 얼마일까?

인천지법 민사17부(한영환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3급 지적장애인 손 모(50)씨를 맡아 기르겠다며 데리고 가 40여년간 농삿일을 시키고 수입을 가로 챈 A씨의 부인에게 "손 씨에게 6600만원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에서 공개 된 손 씨의 사연은 애처롭다.

그는 어릴 적 부모를 잃고 작은 할아버지 댁에서 살다 9살이던 1968년 3월 누나(51)와 헤어져 자신을 거둬주겠다는 A씨를 따라 대구로 갔다. A씨 집에 들어간 손씨는 봄·여름에는 소에게 먹일 목초를 베어오고, 겨울에는 땔감용 나무를 하러 산을 돌아다녔다. 농사철이 되면 A씨를 따라다니며 논에 물을 대고 거름을 뿌렸다.

A씨는 당초 "학교도 보내주고 자식처럼 잘 해주겠다"고 했지만, 손씨는 학교 근처는 커녕 양치질하는 법조차 배우지 못했다. 심지어 A씨에게서 가끔 폭행을 당해 겁을 먹은 손씨는 밥을 먹을 때도 무릎을 꿇는 버릇이 생겼다.
A씨는 1995년 9월 말 사망했지만 손씨는 그 집에 남아 여전히 A씨 부인(74)과 그 가족들의 농사일을 거들었다.

A씨 사망 이후 농사일이 줄자 손씨는 아파트 청소나 건설현장 자재 운반, 철거현장의 고물 줍기 등의 용역을 다녔다. 용역이 없는 날엔 다른 집 밭일이나 모심기 등을 했다.

만 원짜리를 셀 줄도 몰랐던 손씨는 이렇게 번 돈을 과자나 빵, 바지나 신발 등을 사는 데 일부 쓰고 나머지 대부분은 A씨 부인이 달라고 해 고스란히 넘겼다.

그럼에도 그의 생활 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졌다.

손씨는 A씨 가족이 머무는 집과 떨어진 별채에 살았으나 2005년께는 그 집이 헐리자 컨테이너에서 혼자 살게 됐다. 곡식과 농기구, 비료 포대 등으로 가득 찬 컨테이너 안에서 손씨는 요와 전기장판을 깔고 자며 몇 해를 보냈다.

그러던 지난해 초, 수십 년간 떨어져 소식도 모르고 지냈던 손씨 누나가 수소문 끝에 인천서 대구까지 찾아왔다.

결혼 후 어렵게 살면서 미처 동생을 찾지 못한 누나가 모 방송국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보다 동생 생각이 나 찾아나섰던 것.

그러나 지금껏 잘 살고 있을 줄 알았던 동생이 컨테이너에서 씻지도 않은 채 사는 비인간적인 모습에 누나는 깜짝 놀랐다.

누나는 자신이 본 광경을 동영상과 사진 등에 담아 증거물로 만든 뒤 동생을 데리고 곧장 인천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법률사무소를 찾아 A씨 부인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것이었다.

재판부는 결국 "1999년(소멸시효)부터 농사일을 시키고 손씨가 번 수입 중 대부분을 가로챘으므로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책임 70%를 인정해 66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손 씨의 40여년에 걸친 사실상의 '노예 생활'의 댓가는 고작 6600만원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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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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