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포럼] 출구전략 줄탁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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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닭이 계란껍질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으로 줄탁동기(줄啄同機)란 말이 있다. 어미닭이 부화시기를 잘못 예상해 알을 성급하게 쪼아 껍질이 깨지면 새끼가 죽을 수 있기 때문에 귀를 세우고 있다가 병아리가 안에서 쪼기 시작하면 밖에서 함께 쪼아야 한다. 적기(適期)에 서로가 힘을 합쳐야 일이 원만하게 이루어진다는 의미로 적절한 타이밍과 상호협력을 강조할 때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지난 1일 김중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가 한국은행 총재로 취임하면서 출구전략에 대한 논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유동성의 상당부분을 거두어들이고 재정지출을 확대하지 않는 등 넓은 의미의 출구전략이 이미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논의의 쟁점은 금리인상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초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 총재가 정부의 경기부양 논리에 밀려 금리인상 시기를 실기(失期)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취임과 동시에 경기회복세를 꺾지 않으면서 적절한 금리인상 타이밍을 잡는 것과, 정부로부터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하는 이중의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먼저 한국은행은 금리인상을 결정하기에 앞서 우리경제의 현 상황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금리가 낮기 때문에 자산가치 버블이나 물가상승 등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경제가 불황에서 벗어날 만큼 민간부문의 자생력을 충분히 회복했는가를 짚어보아야 한다.


그런데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 가격, 1700선 안팎을 횡보하는 주가, 2% 초반 대에 머물러 있는 소비자물가 등을 볼 때, 지금 당장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만큼 우리경제의 버블이 우려되는 수준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우리경제가 금융위기를 완전히 극복하고 정상적인 궤도에 진입했다고 보기에도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여전히 경제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전경련이 국민 8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사람(51.7%)들이 현 상황에서 경제회복시기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응답한 것을 보면 우리경제에 불확실성이 얼마나 큰 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다음으로 한국은행은 독립성이라는 가치에 매몰되어 미래의 물가안정에만 치중함으로써 경제성장과 고용안정이라는 또 다른 명제를 잊어서는 안 된다. 중앙은행이 정부와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통화정책의 일관성과 중립성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사사건건 정부의 경제정책과 부딪치면서 정책혼선을 초래하고 자기 목소리만 높이는 것은 시장에 불안감과 불확실성만 높일 뿐 나라 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경제의 앞날을 보다 넓고 보다 멀리 내다보면서 경제가 순조롭게 굴러가도록 정부와의 정책 협조, 조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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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측면에서 지난 5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와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이 만나 현 경제상황에 대해 인식을 같이 하고 상호 협력하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국민들도 ‘정부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신임총재의 발언에 대해 한국은행의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기 보다는 중앙은행과 정부가 정책공조를 공고하게 해가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아량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한 마리의 새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 ‘줄탁동기’하는 어미닭과 병아리처럼 금리인상에 대한 한국은행과 정부의 절묘한 타이밍 선정과 유기적인 협력이 경제 안정과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아주 긴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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