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80달러선 안착, 금은 투기거래 규제에 달려

[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146.81달러, 33.87달러, 83.76달러. 어느 것이 국제유가의 진짜 가격일까.
2000년대 초반까지 20년 가까이 배럴당 20달러대를 크게 벗어나지 않던 유가는 2007년 8월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시작한 뒤 2008년 7월11일 146.81달러라는 전대미문의 가격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다섯달만인 12월19일 33.87달러로 추락하며 최고점대비 4분의 1 토막이 났다.


롤러코스터를 탄 유가에 세계경제가 흔들렸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빠져나오면서 다시금 상승세를 재개한 유가는 지난 3월31일 83.76달러로 반등했다. 다시 100달러를 넘을 것인가 아니면 20달러대로 원위치 될 것인가.

1982년 이후 한번도 20센트를 넘지 못했던 설탕 가격은 지난해 말부터 급등세를 보인 뒤 올해 2월1일 30.4센트까지 치솟았다. 국내 증권사는 설탕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원금보장형 파생결합증권(DLS)을 쏟아냈다. 하지만 순식간에 급락세로 돌아선 설탕값은 현재 17센트를 밑돌고 있다. 설탕DLS에 투자한 약 400억원의 자금은 고수익은커녕 원금을 보장받는데 만족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극과 극을 달리는 글로벌 상품시장을 제대로 분석·전망하지 않고서는 생존이 어려울 지경이다.


◆귀금속의 대표주자= 금

돌반지를 다시 볼 수 있을까. 돌잔치에 돌반지가 사라졌다. 대신 은반지가 나타났고, 오만원권 혹은 수표가 들어간 봉투가 등장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5만원 이하였던 한돈짜리 금반지가 지금은 20만원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랠리를 시작한 금값은 몇 차례 부침을 겪었지만 꾸준한 상승세를 구가하고 있다. 3월말 현재 온스당 1114.5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상승세를 보일지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향후 금가격의 추이를 살피려면 금값 상승의 원인을 알아야 한다. 금 가격은 실수요가 늘어나면서 상승한 것이 아니라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급등했다. 정확하게는 안전자산 수요에 편승한 투기수요가 금값을 끌어올렸다고 봐야한다.
SPDR 골드트러스트는 금값에 따라 가격이 움직이도록 설계된 세계 최대의 금 상장지수펀드(ETF)다. SPDR 골드트러스트의 금 보유고는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1129.8톤에 달한다. 지난해에만 40% 이상 급증한 수치다. 세계 5위 금 보유국가인 중국의 금 보유량이 1054톤임을 감안하면 금에 대한 투기수요의 위세를 짐작할 수 있다.


실수요가 아닌 투기수요는 규제에 부딪히면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미국이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예산을 늘릴 예정이다. 이는 금융산업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최근 CFTC는 금을 포함한 귀금속류의 선물거래에도 규제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투기수요가 어디까지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돌반지의 귀환여부가 달려있다.


◆상품시장의 주축= 원유


상품 중에서 경기 민감도가 가장 큰 유가의 전망은 밝지도 어둡지도 않다. 글로벌 경기회복세가 지속되고, 중국 인도 등 이머징 마켓의 수요 증가세가 유지될 전망이다.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이 올라야 하지만 유가는 다르다. 2008년 12월 저점을 기록한 후 꾸준히 상승하던 유가는 지난 8월 이후 70~83달러 선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향후 유가가 다시 1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수요가 증가해도 가격이 오르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함께 늘어날 공급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현재의 80달러 수준의 유가에 만족하고 있다. OPEC은 오히려 유가가 계속 오를까봐 불안해하고 있다. 너무 높은 유가는 경기회복 추세를 억제하고 새로운 경기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멕시코 칸쿤의 국제에너지포럼(IEF)에서 한 OPEC대표는 "유가가 계속 올라 일정수준에 이르면 우리도 증산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유가는 쉽게 떨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경기회복을 위해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이 유가를 받치고 있고, 이머징 마켓의 성장에 따른 수요증가도 꾸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OPEC도 최근 연례회의에서 생산량을 동결하기로 합의했다. 뉴욕타임즈는 지난 31일 현재의 유가를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만족하는 스윗스팟(Sweet Spot)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몇십년 간 20달러대에 머물던 유가가 80불이 된 것을 적정가격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곡물


밀, 옥수수, 대두는 2008년에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는데 이전 최고가의 두 배에 달할 정도로 가격이 폭등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근월물 밀은 그해 3월에 부쉘당 13.18달러로 치솟았다. 옥수수는 6월에 7.62달러에 이르렀고 대두는 7월에 16.6달러를 기록했다. 현재 밀이 4.5달러, 옥수수가 3.45달러 대두가 9.41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2년 전 가격이 얼마나 높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원인은 녹색성장 광풍이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세계적으로 환경문제가 불거지면서 선진국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바이오연료 사용을 급격히 늘렸다. 바이오연료의 주원료인 곡물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식량으로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이 부족해질 정도까지 됐으니 곡물 가격 폭등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폭등했던 곡물가는 금융위기 이후 폭락해 지금에 이르렀다. 결국 곡물에도 실수요보다 투기수요가 판을 쳤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도 곡물가가 다시 황금기를 맞이할 수는 없을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은 얼마전 바이오연료 사용 목표치를 지난 2008년에 합의했던 10%에서 5.6%로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2008년 세계적인 식량위기를 겪은 후 사람들은 바이오연료를 위해 곡물을 희생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지 깨달았다. 날씨 변화에 의한 단기적인 등락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날씨를 예측하는 것은 주가를 예측하는 것보다 어렵다.


◆비철금속


경기를 보면 금속값이 보인다. 현대 산업사회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비철금속이다. 실제로 가장 대표적인 전기동(구리)은 50% 정도가 건설업에 사용되고 35%정도가 제조업에 사용된다. 경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원자재다. 알루미늄은 가볍고 튼튼하고 가공하기 쉬워 산업자재로 안 쓰이는 곳이 없다. 니켈은 스테인레스강을 만드는 주원자재다. 배터리의 주원료로 쓰여 자동차 생산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납도 경기에 민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글로벌경기 회복으로 인한 비철금속의 수요증가와 그로 인한 가격 상승은 예상된 수순이다. 특히 비철금속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경기는 비철금속 전망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중국경제가 당분간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비철금속 또한 전망이 양호하다고 볼 수 있다.


변수는 구리와 다른 비철금속과의 차이다. 런던금속거래소(LME) 3개월물 구리는 3월31일 현재 톤당 7780달러로 2008년에 기록했던 사상 최고가(8880달러)에 거의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비철금속들은 역사상 최고가에 비해 절반가량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5일연속 연고점을 돌파하며 기록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니켈도 현재가(2만4995달러)는 사상최고가(5만1000달러)의 절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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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에 유독 투기수요가 몰려있다고 보는 시각과 나머지 비철금속의 가격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는 시각이 동시에 존재한다. 하지만 비철금속도 여타 상품 동향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즉 예전과 같은 가격상승은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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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우 기자 jj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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