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정부가 밀어 붙이고 있는 새 약가제도가 시행도 되기 전에 부작용부터 낳고 있다. 보험약값을 깎아보려는 의도인데, 이를 피하려는 제약사들이 약 공급을 주저하고 있어 혼선이 일고 있다.
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8일 시행된 서울대병원 의약품 입찰이 모두 무산되는 파행이 빚어졌다. 이번 입찰은 서울대병원이 올 한 해 입원환자들에게 사용할 의약품 2500여종, 2000억원 규모였다. 서울대병원은 내주 재입찰을 공지할 계획이다.
제약사를 대신해 입찰에 참여하는 도매상들이 약 공급을 주저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서울대병원은 도매상들의 납품 경쟁이 매우 치열한 곳이어서, 실제 납품가격은 의약품의 공식 가격(보험약가)보다 싸게 형성돼 왔다.
지금까지는 이런 관행이 별 문제가 안됐지만, 올 10월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부가 거래가격을 파악해 이를 기준으로 보험약가를 깎는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를 시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납품도 중요하지만, 이듬해 약값이 떨어지는 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도 없어, 도매상들이 집단 눈치보기에 들어간 것이다.
새 약가제도를 이용해 약값 거품을 제거하겠다는 정부의 바람이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음을 방증하는 사례로 풀이된다.
물론 이런 혼선이 당장의 의약품 공급대란을 부를 가능성은 적다. 서울대병원 측이 납품기간을 올 10월 이전에 끝나는 것으로 바꾼다든지, 약값을 도매상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려주든지 하는 양자간 '타협'의 여지가 있어서다.
그렇다고 해도 새 약가제도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근본적으로 해소해주는 것이 아니므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제약사나 도매상, 병원이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 지 현재로선 판단하기 어렵다"며 "제도를 만든 복지부가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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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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