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혼다가 미국 오토바이 시장에 진출한 과정을 살펴보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1950년대 미국 오토바이 시장은 할리 데이비슨이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할리는 60년 동안 미국 시장에서 경쟁업체들을 차례로 누르고 오토바이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했습니다. 오토바이를 타는 모든 사람들에게 할리는 미국의 상징이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이러한 시장에 일본 혼다가 진출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혼다는 그러나 1959년 미국 진출을 결정하고 도전장을 냅니다. 혼다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할리에 비해 작은 소형 오토바이로 전통적인 할리 아성에 뛰어들어 정면승부를 한다는 것은 무의미해 보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는 혼다는 정면승부보다는 우회의 길을 택합니다. 미국의 오토바이 이용자들 가운데 할리의 고객들이 미치지 못하는 곳을 공략하기로 한 것입니다.


혼다는 배기량이 큰 할리가 자동차보다 가격이 비싸다는 것과 할리를 타는 오토바이족들의 이미지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점을 발견하고 할리가 그동안 신경을 쓰지 않았던 시장을 공략대상으로 삼습니다. 오토바이가 저렴하고 편리한 교통수단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판매에 나섰습니다. 도로가 좁고 복잡한 일본에서 오토바이가 간편한 교통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에서 착안한 것입니다.

할리는 자신들도 과거 두 차례 배기량이 적은 오토바이를 시도했으나 실패한 경험이 있어 혼다의 도전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할리는 배기량을 줄였으면서도 가격은 크게 낮추지 못했지만 혼다는 가격을 대폭 낮추고 연비를 높여 대학생들이나 호주머니가 가벼운 젊은 층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홍보에 집중했습니다.


혼다의 이러한 전략은 오토바이를 구입할 생각조차 못했거나 오토바이를 구입하고 싶어도 비싼 가격 때문에 망설였던 젊은 층의 마음을 움직이게 됐고 첫 해 100여대에 그쳤던 판매량은 점차 상승커브를 긋습니다. 혼다를 처음 구입한 고객 3명 중 1명이 20세 이하였다는 사실에서 혼다의 전략이 성공을 거뒀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혼다는 일단 소형 오토바이 부문에서 명성을 쌓은 후 할리와 전면전을 벌이기로 결정하고 고가의 대형 오토바이를 선보이며 시장을 넓혀 나갑니다. 진출 5년 만에 총 27만대의 오토바이를 팔았고 시장 점유율도 50% 이상으로 높입니다. 철옹성같은 미국의 오토바이 시장을 개척한 혼다의 전략은 두고두고 기록에 남습니다.


혼다의 이러한 전략을 ‘틈새전략’이라고 표현합니다. 우리는 틈새전략이라 하면 큰 시장 사이에 존재하는 작은 시장으로만 생각하며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지만 새로운 국제시장을 개척하는데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틈새시장을 흔히 ‘니치마케팅’이라고 합니다. ‘니치’는 틈새를 의미하는 말로 ‘남이 모르는 좋은 낚시터’라는 은유적인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대중시장 이후의 세분화된 시장이나 소비성향을 말하기도 합니다.


요즘 각광받고 있는 저가항공사도 니치마케팅의 산물입니다. 비행기 한번 타고 여행을 가려면 망설이던 시절에서 조금씩 비행기 여행이 보편화되면서 태어난 저가항공은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항공 여행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캐나다에 귀여운 너구리를 이미지로 사용하는 포터항공사가 있습니다. 토론토를 기반으로 비즈니스맨을 타깃으로 하고 토론토 도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토론토섬에 있는 공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2006년 설립 당시 전문가들은 에어캐나다에 도전장을 낸 이 항공사가 3년도 못 버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2대의 항공기와 4명의 직원으로 시작된 포터항공사는 현대 20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850명을 고용한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노선도 캐나다 8개, 미국 3개 등 11개 항로를 운항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2700여명의 승객을 실어 나르고 있습니다.


포터는 다른 항공사와는 달리 모든 승객들에게 프리미엄급 이코노미 좌석을 배정하고 대기 라운드에서는 음료와 스낵을 무료로 제공합니다. 무엇보다 사용하는 공항이 도심에서 가깝다는 것이 큰 경쟁력입니다. 포터항공사 최고경영자인 로버트 델루스는 지난해 ‘언스트&영 떠오르는 기업가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일본의 호텔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잇큐’ 역시 아무도 생각할 수 없는 틈새시장을 공략한 회사입니다. 창업자 모리 마사부미는 도쿄 신주쿠 밤거리를 걷다 고급 호텔의 화려한 불빛 사이로 군데군데 불 꺼진 창을 발견하곤 ‘저 빈 방들을 저렴하게 팔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당시 일본은 장기 침체로 호텔들이 타격을 받고 있을 때 여러 호텔들을 찾아가 자신의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최대 70%까지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예약시스템을 운영합니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그냥 지나칠 일을 사업으로 발전시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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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는 니치마케팅을 통해 새로운 장을 연 사업가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 분들의 노력과 각오는 남달랐을 것입니다. 오늘 아침 지난달 실업급여 신청자가 14만명으로 사상 최대라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모두 파이팅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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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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