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팔아서 보리 사 먹는다”는 속담이 있는데, 뉴욕한인회장 출신의 주명룡(64) 한국은퇴자협회 회장이 그런 경우입니다. 그는 성공한 사업가로서 안락한 삶을 누릴 여유를 포기하고 대신 고독한 생활을 하기로 선택했지요. 이민 간 가족과 사업장을 미국에 남겨 두고 8년 전 홀로 귀국해 서울에서 고군분투하는 이유가 있답니다.


자신의 사업장인 맥도널드 뉴욕매장들이 초호황을 누릴 때 조국이 외환위기를 겪는 뉴스를 보고 눈물을 흘렸던 기억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이죠. 무엇보다도 일할 나이에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고 거리에 내몰린 중장년층 은퇴 가장들의 처지가 내내 마음에 걸렸다고 합니다.

지난해 제정되고 시행 중인 ‘연령차별금지법’은, 그가 2002년부터 서울 도심에서 혼자 피켓을 들고 줄기차게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던 결실이었음을 아는 국민들이 0.1%도 안 될 것입니다. 때문에 50대에 공무원에 임용된 행운을 잡은 분들은 기뻐하기에 앞서 이번 설날에 주 회장을 먼저 찾아가서 큰절을 해야 마땅합니다.


요즘 들어 뉴스에서 가끔 이슈가 되는 부실 상조회사들의 문제점도 일찍부터 그가 폐해를 지적해 왔던 문제들이 노출되고 있는 셈입니다. 수익이 생기는 일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폼(?)나는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가 아니면 대변할 사람이 없기에, 협회를 만들고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자기 돈을 퍼부으며 고령화된 사회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제시하느라 분주합니다.

운영비를 줄이느라 승용차도 없애고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각계각층에 절절하게 호소하지만, 사람들이 들을 때는 심각하고 참여에는 무심하다는 사실이 그를 더 외롭게 만듭니다.


그의 걱정은 참으로 다양하지요. 경찰이 매 맞는 것과 도심지 길가에 쓰레기통 없는 것. 노조가 정치판을 좌우하고 미국 소고기 먹으면 광우병 걸린다고 믿는 나라, 성공했다 하면 무조건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는 사람들 등등···한국만의 특이한 사회현상을 외국인들이 알까봐 부끄럽다고 합니다.


여름에 반소매 셔츠차림으로 넥타이 맨 사람들, 뭘 그리 숨길게 많은지 밤에도 얼굴 가리개 쓰고 걷는 주부들, 반바지와 슬리퍼 신고 공공장소에 버젓이 등장하는 이들, 지하철에서 짝퉁 루이뷔통 가방을 무릎에 얹고도 진짜처럼 당당한 여자들, 24시간 먹을거리만 방송하는 TV도 심히 못마땅한 존재랍니다.


운전석 문 열고 담배 피운 후 꽁초 버리는 운전자, 차선 바꾸려고 깜박이를 켜도 절대 양보 안하는 자존심(?) 강한 민족, 신호 바뀌기 전에 미리 나가는 차, U턴할 때 앞차보다 뒤에서 먼저 돌고, 길모퉁이에 주차하는 얌체족들.


한여름 30도가 넘는 무더위에 계란을 가득 싣고 배달하는 것도 용감하고, 그걸 아무렇지 않게 받아서 밥상에 내놓는 식당은 더 용맹스럽게 보인답니다. 하긴 당연하게 먹는 손님이 있으니 그렇겠죠? 이는 열심히 닦으면서 화장실 사용 후 손은 안 닦고, 물수건으로 손도 닦고 얼굴도 닦고 식탁도 같이 닦으니 참···.


살기 어렵다고 엄살을 떨면서도 휴일이면 온통 자동차로 막히는 도로들과, 소문난 식당마다 주차장이 꽉 차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합니다. 일자리가 없다하면서도 외국인이 한 달에 만명씩 취업하러 들어오는 나라.
그중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지겹지도 않은지 1년 365일 여가만을 즐기는 대단한 배짱의 한국 은퇴자들이라고 봅니다.


매주 방송에도 출연하고 칼럼도 쓰며 열심히 뛰었어도 오직 들리는 소리는 4대강과 세종시 논쟁뿐, 노령화 정책은 한참 순위가 멀어지는 걸 안타깝게 바라보는 주명룡 회장.


이래저래 한국은퇴자협회(KARP)도 어느새 창립 8주년이 되었고 매월 5000원의 회비를 내는 정기 후원자도 무려(?) 100명이 넘었답니다. 그것도 8년 만에···.
그의 일관된 분투에 힘을 실어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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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평론가 김대우(pdik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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