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 레이블 3번째 음반…11곡 녹음
"리스트, 화려함 속 서정성 담은 음악가”

슈베르트(1797~1828)가 죽음을 앞둔 1828년 가을에 완성한 가곡 '바위 위의 목동'은 형식이 독특하다. 보통 가곡은 성악가가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하기 마련인데, 이 곡은 성악가, 피아노에 클라리넷이 더해진다.


최근 새 음반 '리스트'를 발매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기자간담회에서 바위 위의 목동을 굉장히 사랑한다며 음악을 어떻게 듣고 연주해야 하는지 문득 깨닫게 해준 곡이라고 설명했다.

"중학생 때 굉장히 어려운 작품들을 손쉽게 연주했다. 이슬라메이나 밤의 가스파르 같은 곡들을 2주 만에 배워 연주하곤 했다. 군더더기 없이 잘 쳤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전부였다. 음악을 기계적으로 좋아했을 뿐 가슴으로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미국 유학을 떠난 뒤 실내악 등 다양한 형태의 연주를 하고, 많은 음악을 접하면서 어느 순간 바위 위의 목동이 제 가슴에 들어왔다."


선우예권은 음악을 단순히 귀로 듣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머리로 이해하고, 가슴으로도 느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바위 위의 목동을 통해 음악을 가슴으로 느끼는 법을 깨달으면서 가곡을 특히 사랑하게 됐다고 밝혔다.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작곡가는 '가곡의 왕' 슈베르트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슈베르트는 31년 짧은 생애 동안 600곡이 넘는 가곡을 남겼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기자간담회에서 새 음반 '리스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니버설뮤직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기자간담회에서 새 음반 '리스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니버설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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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예권은 새 음반 리스트의 주제가 바로 '노래'라고 설명했다. 그는 새 음반에 담긴 11곡에 대해 "가곡처럼 피아노로 노래한다는 주제로 곡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처음 세 곡은 명상 분위기, 다음 세 곡은 속삭이는 듯한 가곡, 다음 두 곡은 유혹과 사랑을, 다음 두 곡은 오페라적인 환상을, 그리고 웅장하게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으로 헝가리안 랩소디 2번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새 음반은 모차르트, 라흐마니노프에 이어 선우예권이 데카 레이블로 발매한 세 번째 음반이다.


선우예권은 리스트를 선택한 이유도 노래라는 주제와 슈베르트와의 연관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노래를 생각하면 인간 내면의 순수한 감정을 노래했던 슈베르트를 떠올리게 된다"며 "리스트는 슈베르트의 가곡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했고, 이를 피아노 음악으로 다채롭게 펼쳐냈다"고 설명했다.


리스트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로 모두 큰 업적을 남겼지만, 특히 전설적인 피아니스트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선우예권은 "리스트는 초절기교와 화려함이라는 수식어가 모두 어울릴 만큼 악마적인 재능을 지닌 피아니스트로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선우예권은 그 화려함에 매료돼 중학생 때 큰 애착을 갖고 리스트의 곡을 자주 연주했다. 하지만 유학을 떠나고 20대 중반 이후로 리스트의 곡들을 전혀 치지 않았다. 그는 "당시에는 과시를 위한 음악이 아닌가, 내적인 깊이가 크지 않은 음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새 음반 '리스트'에 담은 곡을 연주하고 있다. 유니버설뮤직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새 음반 '리스트'에 담은 곡을 연주하고 있다. 유니버설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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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예권이 다시 리스트를 연주하게 된 것은 지금이야말로 리스트를 연주해야 할 시기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연주자들은 특정 작곡가들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소리들이 있다"며 "지금 제가 연주하는 소리의 색채와 터치감이 리스트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고, 주변에서도 그런 얘기를 많이 들어서 음반으로 녹음했다"고 말했다.


선우예권은 다시 연주를 하면서 리스트가 "화려하면서도 또 그 안에 인간적인 목소리와 서정성을 담은 음악가"임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창 많이 연주했던 중학생 때와 비교하면 20년의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지금은 훨씬 더 내적인 해석이 들어가고 표현하고 싶은 것들도 많아졌기 때문에 과거와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음반 녹음은 독일 베를린 달렘 지역의 한 성당에서 이뤄졌다. 선우예권은 "카라얀이 베를린 필하모닉과 녹음 작업을 많이 했던 곳"이라며 "카라얀이 사용하던 방이 아직도 존재하는 유서깊고 역사적인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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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예권은 지난 15일부터 새 음반 발매를 기념한 전국 투어 연주를 진행 중이다. 익산예술의전당과 대구 달서아트센터 공연을 마쳤고 성남아트리움(20일), 창원 성산아트홀(21일), 울산중구문화의전당(22일), 양산문화예술회관(24일)을 거쳐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연주로 투어를 마무리한다. 슈베르트와 리스트의 곡을 연주한다. 1부에서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20번을 연주하고 2부에서는 이번 앨범에 수록한 '리골레토 패러프레이즈', 헝가리안 랩소디 2번, 메피스토 왈츠 1번 등을 연주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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