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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과 '사법 60년' 치욕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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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진우 기자]반공(反共)을 국시로 삼았던 이승만 정부의 탄생과 함께 대한민국의 사법역사도 국가보안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놓였다.

국가보안법은 우리 사회에서 학문의 자유와 언론 및 출판의 자유 등을 억압했으며, 인혁당 사건 등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도 악용되는 등 사법역사에 치욕을 안겨줬다.
▲이동화 성균관대 교수 사건 = 13일 법원행정처가 사법 60주년을 기념해 발간한 책인 '역사 속의 사법부'는 사법역사에 있어 이 같은 형사재판의 전형을 보여준다.

광복 이후 조선건국준비위원회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정치활동을 벌였던 이동화 성균관대 정치학과 교수는 1955년 한 강연회의 연설로 인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다.

이 교수는 강연회에서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원자력의 발전은 미국과 소련 등 어느 나라의 전쟁도 불가능하게 만들었으며, 미ㆍ소를 중심으로 한 양대진영의 평화적인 공존이 불가피해졌다'는 취지의 연설을 했고, 경찰은 이 내용이 동서진영의 평화적인 공존을 강조하고 있어 반공정신에 어긋난다며 이 교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다.
평소에 이 교수가 학교 시험에서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이 공존할 수 있는 볼셰비키의 주장을 설명하라' 등의 논제를 출제한 것도 문제가 됐다. 이 교수는 구속된 상태로 재판으로 넘겨졌으나 결국 서울지방법원은 이 교수에 대해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구매일신문 주필 최석채 사건 = 대구매일신문사의 최석채 주필은 1955년 9월13일자 신문에 '학생을 도구로 사용하지 말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임병직 주미대사의 대구방문에 학생들이 대대적으로 동원된 것을 비판했다.

다음날 국민회와 자유당 소속 청년 20여명이 대구매일신문사를 습격해 기물을 파손하고 직원들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경찰 당국은 사건 발생 후 '백주의 테러는 테러가 아니다'는 이유로 습격사건의 수사를 거부했고, 오히려 최 주필을 국가보안법상 이적행위방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대구지법은 그 해 12월 '최 주필의 사설은 모든 행사 및 시위에 있어서 학생동원의 방법에 대해 논평하고 제언을 한 것이므로 범법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고, 대구고법과 대법원을 거쳐 그대로 무죄가 획정됐다.

▲인혁당 사건 = 공산주의자였다가 전향한 조봉암은 농림부장관과 국회부의장 등 정부 고위직을 역임한 후 혁신계 인사들을 모아 진보당을 창당했다.

진보당은 근로자와 농민을 중심으로 지식계층과 손을 잡아 궁핍과 공포에서 국민을 해방하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삼는 혁신계 정당이었다.

조봉암은 1956년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출마해 약 210만 표를 얻었으며, 당시 당선됐던 자유당의 이승만 후보가 얻은 표는 약 500만 표였다.

1958년 1월 조봉암은 북한의 제의를 받아 평화통일론을 주장하고 공작금을 받아 사용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검거돼 그 해 7월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은 10월 '진보당이 북한과 동조해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평화통일의 실현 등을 강령으로 삼았다'는 이유로 조봉암에게 사형을 선고했고, 대법원은 이듬 해 2월 사형을 확정했다.

조봉암은 그 해 7월30일 대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기각 결정이 내려졌고, 결정 이후 18시간 만에 조봉암에 대해 사형집행이 내려졌다. 현재까지도 일명 '사법살인'으로 불리고 있는 '인혁당 사건'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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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기자 bongo7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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