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납품 중소기업 사장의 하소연
[아시아경제 이영규 기자]"납품 계약을 맺은 지 6개월도 안됐는데, 다시 단가를 내리라는 것은 좀 그렇습니다. 내년 재계약 때 (단가인하를) 고려하겠습니다"(삼성 계열사에 납품하는 A중소기업 최모 사장)
"사장님, 아직도 '삼성의 룰'을 모르세요. 우리는 계약기간 중이라도 상황이 바뀌면 2∼3차례 납품 단가를 내립니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사장님은 왜 그러세요?"(삼성 계열사 구매담당자)
지난해 12월 말 삼성 계열사에 전자제품 부품을 납품하는 최 사장(55)과 삼성 구매담당자가 주고 받은 말이다. 이날 최 사장은 구매 담당자로 부터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받았다.
구매 담당자의 요구는 이러했다.
"계약기간이 남기는 했지만 상황이 좋지 않아서 이번에 납품 단가를 조금 내려야 할 거 같습니다"
최 사장은 아연 실색했다.
납품 계약을 맺은 지 6개월도 안된데다, 현재 납품도 원가 이하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최 사장이 지난해 납품을 결정한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이번 납품만 제대로 하면 앞으로 삼성 계열사와의 거래가 더욱 확대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최 사장은 구매담당자에게 더 이상 단가를 내리기는 어렵다며 '통사정'을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겨울 '칼 바람' 만큼이나 단호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예감한 최 사장은 납품단가를 1~2%정도 내리겠다며 한 발짝 물러섰다. 사실 최 사장에게 납품 단가 1∼2%를 내리는 것은 직원 몇 명의 6개월치 급여와 맞먹는 액수였다.
하지만 구매담당자는 최 사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농담하세요. 우리는 단가를 내릴 때면 최소 10% 아래로는 깎지 않습니다"라며 받아쳤다.
최 사장은 구매담당자에게 다시 사정을 설명하고, 납품단가를 5%로 낮추는데 합의했다. 최 사장은 6개월만에 납품계약을 2번이나 맺은 셈이 됐다.
최 사장은 서울로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리고 그는 결정했다. 올해 6월까지만 납품을 하고 중단할 생각이다. 더 이상 손해를 보면서 납품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그리고 지금 군대에 간 자식에게도 사업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다. 대한민국에서 중소기업을 한다는 게, 나아가 대기업에 납품을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지를 그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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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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