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사태 일파만파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금융발전은 상업은행과 금융당국의 싸움이고 시장은 냉정하게 평가할 것이다"


지난 2004년 10월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이 금융감독원 중징계에 따른 퇴임을 앞두고 한 말이다.

그는 시장은 냉철하고 무섭다는 묘한 여운을 남기고 금융인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당시 불합리한 퇴임을 당한 김정태 행장의 후임이었던 강정원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김 전 행장과 마찬가지로 불명예 퇴진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KB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서 금융감독 당국과 심한 마찰을 빚은 것을 계기로 금융당국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히면서 결국 회장직 사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의 관치가 도가 넘었다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회장 선임에 찬성표를 던진 외국인 주주들의 반발과 KB금융의 위상이 땅에 떨어짐과 동시에 금융신뢰도에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했다.


31일 KB금융 관계자는 "강 행장이 조만간 중대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며 "늦어도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까지, 이르면 31일 오후 3시로 예정된 KB금융지주 이사회 간담회 전에 직접 거취를 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강 행장이 중대 결심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최근 실시된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사전감사에서 강 행장의 사생활까지 들추는 것에 대해 심한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금감원은 내년 1월 정기 감사를 앞두고 지난 16일부터 23일까지 진행한 사전감사에서 강 행장의 운전기사를 면담 조사하고, 차량운행 일지를 분석하는 등 은행 경영과는 상관없는 강 행장 사생활에 대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행장이 사퇴 의사를 밝힐 경우 31일 긴급 간담회는 정식 이사회로 전환돼 임시 주총을 취소하고 새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행장이 사퇴할 경우 관치논란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행장직 유지도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행장직도 내놀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금융당국의 관치방증은 지난 10월 29일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부터 12월 1일 최종후보 면접,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계속 이어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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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과 정부측 인사들이 사외이사 제도개선을 이유로 민간금융회사에 회장 선임 절차를 미루라고 요구했다거나, 회추위가 선정한 관료출신 최종 면접후보 2인을 별안간 중도사퇴 시켜 '판깨기'를 시도한다는 의혹까지 일었다.


시장에서는 정부 지분이 있는 국책기관도, 공기업도 아닌 민간금융회사의 인사 절차가 주주의 뜻이 아닌 보이지 않는 손이 결국 시장을 망치고 있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전임 황영기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 당시 경영 판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데 이어 후임자마저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경우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KB금융지주의 위상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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