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 10년 전 기준가를 밑도는 자판기 커피 값, 880엔 짜리 청바지, 9년래 최저가의 한 끼 식사 값….
일본 정부가 디플레이션을 공식 발표한 가운데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하락은 심각한 수준이다.
21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피부에 가장 와 닿는 소비자물가의 지표인 자판기 음료수 가격을 포함해 의류와 음식료 등 각종 품목의 물가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자판기 업체 하치요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10년 전 결정된 업계 기준가 120엔을 밑도는 값에 커피를 판매하는 브랜드 불명의 자판기가 등장했기 때문.
하치요의 아키야마 기니치로 판매 매니저는 “만약 브랜드 없는 자판기가 100엔에 음료를 판매한다면 가격을 인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본 자판기에서 음료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일본이 지난해 경기침체 이후 다시 디플레이션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한 가지 징후다. 일본의 10월 음료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3.4% 하락했다. 자판기 가격의 경우 특히 10엔 단위로 가격을 조절하도록 규정하면서부터 가격 인하가 두드러졌다. 이 같은 상황은 하치요와 같은 자판기 업체들에게 큰 고민거리다. 이들은 가격인하에 나서지 않기로 결심했었지만 다른 업체들이 가격을 낮추면서 가격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가격 인하 바람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경쟁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의류업체 유니클로가 청바지를 990엔에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청바지 가격 인하 전쟁이 일어났고, 일본 대형 할인마트 이온은 880엔짜리 바지를 내놨다. 규동(소고기덮밥) 판매 업체들도 앞다퉈 가격 인하에 나섰다. 일본 체인 음식점 수키야는 기본 메뉴 가격을 50엔 인하한 280엔으로 책정해 2001년 수준으로 낮췄다.
일각에서는 청바지 가격 인하는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의류에 대한 지출을 줄이면서 매출을 부양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달러와 위안화 약세가 청바지 가격 인하를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값싼 청바지는 보통 중국이나 다른 아시아 지역의 개발도상국에서 만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패스트 푸드에 사용되는 소고기도 수입산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현상은 비싼 가격의 상품을 내놓는 국내 생산업체들에게 압력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은 경기침체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일본 오사카의 경우 브랜드가 없는 자판기들은 유명하지 않은 업체들의 음료를 채워넣거나 유명 음료 업체들의 상품의 경우 유통기한 만료가 다가오는 것들로 채워진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인해 재고가 많이 쌓이면서 브랜드 없는 자판기들이 커피를 80엔 혹은 심지어 50엔에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치요는 경기침체가 끝나고 업체들의 재고가 줄어들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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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야마 매니저는 “가격 인하는 판매량을 늘리지 못한 채 수익을 깎아내릴 뿐”이며 “디플레이션 때문에 자금을 쥐고 있기 보다는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의 10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2.2% 떨어지면서 8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하락은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켜 내수 경기를 더 얼어붙게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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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민 기자 hyun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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