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1부 재판장
정상문 前비서관 공판서 준엄하게 질책
지난 9월 노건평씨 엄하게 꾸짖기도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업무 관련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고 대통령 특수활동비를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항소심 재판장이 선고공판에서 정 전 비서관을 엄하게 꾸짖었다.

18일 서울고법 형사1부 심리로 진행된 항소심 공판에서 재판장인 조병현 부장판사는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그의 범행과 태도 등을 적나라하게 비판했다.


조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대통령 비서실 총무비서관으로 근무하던 중 특수관계인인 박 전 회장으로부터 직무와 관련하여 백화점 상품권과 현금 등을 받고 대통령 특수활동비를 횡령했다"면서 "그 죄질이 매우 중하다"고 말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이 피고인을 청와대로 불러들인 데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며 "대통령의 친구로서,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비서관으로서 누구보다 청렴해야 했던 점, 이번 사건으로 인해 국민에게 커다란 허탈감을 줬던 점 등을 고려하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일부 책임을 지우는 듯한 나무람도 있었다. 조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범행은 검찰 조사 등으로 상심에 빠졌을 노 전 대통령에게 결정타가 됐을 것"이라면서 "대통령 최측근으로서 유혹을 단호하게 물리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퇴임하면 시골로 내려가 농사를 짓겠다고 공언하고 실제로 그렇게 한 노 전 대통령을 위해 돈을 준비하려 특수활동비를 모아뒀다는 주장은 노 전 대통령을 더 욕보이는 것"이라고 질책했다.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회장으로부터 사돈이 국세청장으로 임명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등의 청탁과 함께 지난 2005년 1월 50만원짜리 상품권 200장을, 이듬해 8월 현금 3억원을 받고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000만원을 빼돌려 이를 은닉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횡령)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이날 재판부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6년을 선고하고 16억4400만원을 추징했다.


한편, 조 부장판사는 '세종증권 매각비리' 의혹 사건에 휘말려 실형을 선고받은 노 전 대통령 친형 건평씨도 준엄하게 꾸짖은 바 있다.


조 부장판사는 지난 9월 열린 건평씨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이번 사건은 세종캐피탈 측의 노회한 상술과 피고인들을 비롯한 관계인들의 추악한 탐욕이 얽히고 설킨 데서 풍겨나온 악취가 너무나 지독한 나머지 수사기관의 수사를 피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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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평씨를 '대군'에 빗대 언론 등이 사용하던 '봉하대군'이란 표현도 썼다. 그는 "피고인은 평범한 세무공무원으로 출발해 동생을 대통령으로 만든 이른바 로열패밀리가 됐으나 노블레스 오블리주에는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다"면서 "돈 있는 사람들로부터 돈을 거두어 공직후보자들에게 선거자금으로 나눠 주는 이른바 봉하대군 역할을 즐겨했다"고 지적했다.


조 부장판사는 특히 "원심 판결 선고 뒤 피고인이 그토록 자랑스러워 했고 언필칭 내가 키웠노라고 큰소리 쳤던 동생(노 전 대통령)이 자살했다"며 노 전 대통령 서거를 상기시킨 뒤 "피고인은 이제 해가 떨어지면 동네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신세 한탄이나 할 수밖에 없는 초라한 시골 늙은이의 외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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