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은행의 대출 채권이 신탁회사로 넘어간다. 이를 넘겨받은 금융회사는 대규모 채권 풀을 형성, 새로운 구조화 증권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판매한다. 채권을 넘긴 은행은 대차대조표의 여신 규모를 줄이고 신탁회사는 새로운 상품을 가공해 수수료 수입을 챙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을 초래한 금융 업계의 행태가 최근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 보도했다. 이른바 '중국판 그림자 금융'이 버젓이 성행하고 있다는 것.
문제는 가뜩이나 회계 처리의 투명성을 의심받는 중국 은행권이 이 같은 수법으로 신뢰를 더 크게 상실할 것이라는 데 있다. 이미 미국발 금융위기를 통해 위험성이 입증된 것처럼 중국 금융업계를 내부 깊숙한 곳부터 썩어 들어가게 해 결국 또 다른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WSJ에 따르면 특히 지난 달 중국 금융권에 은행과 신탁회사 간의 채권인수 계약이 급증했다.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던 대출을 신탁회사에 매각하는 계약이 대부분인데 그냥 매각하는 것이 아니다. 수 주 혹은 수 년 내로 이를 다시 되사들이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계약을 맺는 것이다.
여기에는 은행들이 부실여신을 일시적으로 감춰 재무건전성이 좋은 것처럼 포장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신탁회사가 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동안 이는 은행의 재무제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노린 교묘한 수법이다. 중국 정부가 은행권 대출 확대로 인한 부실대출의 증가를 우려하며 은행들에 자본확충 압박을 넣자 은행들이 이를 회피하기 위해 생각해 낸 고육지책이라는 지적이다.
$pos="L";$title="";$txt="파란색이 신규대출 규모, 붉은색이 은행과 신탁회사 간의 채권인수 계약 규모. 신규대출은 점점 줄고 있는데 반해, 채권인수 계약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size="204,369,0";$no="2009121811195675948_1.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은행과 신탁회사 간 이 같은 거래의 정확한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컨설팅업체 상하이 베네피트 인베스트먼트는 올 들어 6030억 위안(883억1000만 달러)의 은행 대출이 이런 식으로 신탁업체로 넘어간 것으로 파악했다. 이는 올해 중국 은행권의 신규 대출 규모인 9조 위안 가운데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그 규모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여겨진다.
베네피트 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11월 중국 은행권의 신규 대출은 2948억 위안으로 올해 상반기보다 크게 줄어들었지만, 같은 기간 신탁회사로 팔려나간 대출 규모는 1600억 위안으로 전월 대비 늘었다. 즉 대출은 줄고 있는데 반해 은행과 신탁회사 간 편법적 채권 인수 계약은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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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며 지난 달 신탁회사들에게 경고장을 발송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 은행들이 신탁회사에 채권을 매각해 조달한 자금으로 신규 대출을 실시하는 것에 대해 규제당국이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중국 은행들의 수상한 여신처리는 금융위기 전 미국 등 서구 은행들의 행태와 판박이라는 점에서 이는 ‘중국판 그림자 금융’이라 불릴만하다. 씨티그룹 등과 같은 대형 미국 은행들은 무분별한 대출 채권의 증권화를 일삼다 자산 가치 급락과 부실채권 증가로 연쇄적 타격을 입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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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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