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내수 중심의 경제 모델을 확립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약속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우 가계 뿐 아니라 기업까지도 현금에 집착하는 성향이 강해 소비가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전체가 비축해 놓은 현금의 규모는 전체 수입의 절반을 넘어선다. 다른 선진국들의 평균 21%보다 두 배 이상 높은 비중이다. 저축에 대한 중국인들의 애착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증거다.

이처럼 저축을 사랑하는 중국인들의 민족성은 가계 뿐 아니라 기업에서도 나타난다. 기업의 순익 가운데 투자에 사용하거나 주주들에게 되돌려주고 남은 자금, 즉 기업의 저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


중국인민은행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07년 기업의 저축규모는 국민소득의 23%에 달해, 10년 전 12%였던 데서 두 배 가량 늘었다. 이 기간 동안 가계 저축률은 소득의 20%선을 유지하고 있어 저축률 성장의 주범은 가계가 아니라 기업이라는 분석이다.

높은 가계 저축률의 원인으로는 주로 중국의 열악한 복지시설이 지목된다. 사회복지가 미약한 상황에서 중국인들은 의료비용 등을 개인 소득에서 따로 책정할 수밖에 없고, 이것이 저축률 증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대부분의 현금부자는 중국 국영기업들인데, 이들이 막강한 정치력을 내세워 돈줄을 좀처럼 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법인의 높은 저축률을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리우지펑 중국 정법대학교 교수는 "겉보기로는 이것이 기술적인 문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매우 정치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 내에는 3개 국영 원유업체, 3개 국영통신업체, 2개의 국영전력업체 등이 존재한다. 이들 기업들의 평균 순익은 금융위기 전에 비해 30% 늘었을 뿐 아니라 중국 내 정치력도 점차 강해지고 있다. 이는 내수진작을 저해해 수출위주의 기형적 경제구조에서 내수중심으로 이동하려는 노력을 어렵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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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부터 국영기업들로 하여금 신규배당금을 지급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그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0.2%에 그쳐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세계은행의 장춘린 전문가는 "정치적인 논쟁을 벌이는데 있어서 국영기업들은 매우 파워가 강한 이해집단"이라며 "이 때문에 정부도 국영기업들에 대한 개혁에는 매우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국영기업들의 배당금 부담 규모를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국영업체들은 순익의 5~10%를 내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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