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おいしい(오이시이)’


지난 23일 저녁 일본 도쿄(東京) 우에노(上野)에 위치한 '한국식채(食彩) 이동(二東)막걸리' 주점에는 한국어로 ‘맛있다’를 뜻하는 ‘오이시이’를 외치는 일본인들로 가득했다. 주점에서 만난 스즈키 리사씨(여, 회사원)는 “독하지 않고 달콤해 마시기 쉽다”며 “남자친구랑 술을 마실 때 꼭 막걸리를 마신다”고 말했다.

옆자리에 앉은 남자친구인 유치로씨도 “막걸리 맛에 길들여진 것도 다 여자 친구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초밥가게를 운영하는 유치로 씨는 “단 맛이 쓰시와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사람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막걸리가 일본으로 건너와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이곳만 해도 한식을 위주로 식당이 짜여 있지만 재일동포나 한국인 보다는 일본인이 주 고객이라며 주점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이동재팬의 김효섭(48) 대표는 말했다.


김 사장은 일본의 막걸리 바람을 몰고 온 장본인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막걸리 자체가 일본인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지난 1995년에 창업을 해 이동막걸리를 전문적으로 들여와 일본 곳곳에 뿌리를 내렸다.

그의 지난해 매출은 15억 엔이다. 이는 일본 막걸리 시장의 80% 점유율 수준이다. 매년 20-30% 수준의 고속성장을 통해 일궈낸 성과다.


김 사장은 “한국과 달리 일본에선 주로 20-30대 젊은 여성이 좋아한다”며 “이 연령층이 사실상 외식문화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입소문을 통해 막걸리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러한 특성을 충분히 활용해, 막걸리가 건강에 좋고 피부 미용에도 좋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올해엔 여성들이 자주 보는 드라마 시청대에 이동막걸리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국내에선 얼마 전 포천막걸리와 포천 일동막걸리 상표를 일본 업체가 먼저 등록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해지만, 다행히, 김 씨가 이동막걸리는 20년 전 상표등록을 해둬 일본 업체에게 상표권을 뺏기는 일을 피한 상황이다.


물론 일본에도 한국의 막걸리와 같은 술이 있다. 하지만 일본의 막걸리는 누룩을 쌀로 만드는 것에 반해, 한국은 밀가루로 누룩을 만들기 때문에 한국 고유의 떪은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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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장에 따르면 일본의 막걸리 시장 규모는 이제 걸음마 단계라고 한다. 그만큼 발달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설명이다. 연간 수출액이 300만달러(한화 약 34억9000만 원) 선이고 올해는 400만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소주 수출액이 연간 8000만 달러(한화 약 930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5% 수준인 셈이다.


김 사장은 “막걸리가 일본에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이제 2-3년 됐다”며 “일본 주류시장에 완전히 자리를 잡으려면 향후 5-10년쯤은 더 있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한 “최근 우리 막걸 리가 인기를 모으다보니 일부 한인 수입업자들이 말도 안 되는 덤핑 공세를 펼쳐 시장 질서를 혼란시키고 있다”며, “결국 이러다보면 공멸하는 길이 될 것”이라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도쿄=이규성 기자 bobo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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