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줄지않는 불법 채권추심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지난 1998년 A카드사 채권추심반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여모씨는 몇 개월전 한 신용정보업체로부터 재산가압류를 하겠다는 빨간 도장이 찍힌 편지를 받고 썩은 미소를 지어야만 했다.


형편이 어려워진 여씨가 5개월 넘게 카드연체를 한 것은 맞다. 그러나 신용정보업체에서 마치 법원에서 보낸 것처럼 독촉장을 그럴듯하게 위장해 채무자를 압박하는 수법이 10년이 지났어도 똑같았기 때문이다.

여씨는 "근무 당시에도 채무자들의 항의가 많아 회사 내부에서 자제하도록 유도했지만 채권회수 실적만큼 수당을 가져가는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라고 했다.


불법채권추심 개선안은 전봇대를 뽑아도 여전히 세워졌던 흔적을 없애지 못하거나 뽑다 만 대표적인 사례다.
감독당국의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지난 8월부터 이미 채권추심에 대한 엄격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


우선 오후 9시부터 다음달 오전 8시 사이에 채무자나 가족 등에게 방문, 전화 등을 통해 채권추심을 못하게 됐고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또 채권추심을 할 때 채무자 가족 등에게 대신 빚을 갚도록 강요하거나 법원, 검찰, 국가기관 등으로 오인할 방법을 사용해서도 안된다.


이같은 처벌조항은 대부업체와 채권추심업자는 물론 일반 채권자에게 적용되고 대부업체가 관련규정을 어기면 영업정지나 등록 취소까지도 가능하다.


정부는 불법채권추심의 전봇대를 뿌리째 뽑았다고 판단하겠지만 실상은 이와 다르다.


우선 정식 등록된 대부업체수만 1만6400여개에 달한다. 이를 관리감독하는 전국 지자체 담당자는 160명이다. 턱없이 모자른 인력 등으로 전국 145개 지자체 중 서울시를 포함해 75%에 가량인 109개 지역이 최근 3년간 한번도 자체검사를 하지 못했다.


대부업체와 채권추심인력은 이같은 상황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많은 대부업체들은 '바지 사장'을 내세운 뒤 불법채권추심을 일삼고 있고 운이 나빠 걸리면 벌금을 내고 영업취소를 당하더라도 다른 바지사장을 내세워 새로 업체를 설립한다는 의식이 팽배하다.


따라서 관련 규정 위배로 형을 마친 뒤 일정기간이 지나지 않은 범법자들이 대표는 물론 대부업체 직원으로 일하지 못하도록 하고 효과적인 관리를 위해 대부업 등록시 전 직원의 인적사항 등을 명기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절대 약자입장인 채무자를 보호하는 장치도 시급하다. 불법채권추심을 당하더라도 이를 금융당국에 쉽게 고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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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추심업체의 한 직원은 "법 규정이 강화됐다고 해서 돈을 받아내는데 번거로워졌을 뿐 지금까지의 관행이 사라지기 힘들 것"이라며 "오히려 짧은 기간에 많은 채권 회수를 위해 채무자에 대한 심리적 압박수위가 더욱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당국은 처벌규정 강화도 중요하지만 더욱 절실한 것은 실질적인 집행이라고 본다며 우리나라에서 불법 대부업 행위로 신체구속형인 징역을 선고받는 사람은 매년 10명 남짓에 불과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법원이 관대한 편이라고 토로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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