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이머징 국가의 디폴트 위험이 선진국보다 높다는 것도 이제는 옛말.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선진국들이 빚더미에 나앉게 되자 이들 국가들의 국채 신용디폴트스왑(CDS) 거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예탁결제원 자료를 인용, 지난해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선진국가들의 국채의 CDS 거래규모가 두 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부채부담이 특히 큰 이탈리아의 경우 선진국 가운데에서도 CDS 거래 규모가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현재 그리스의 총 CDS 거래규모는 565억 달러로 지난해 동기 356억 달러에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일본의 경우도 CDS 계약 건수가 지난해 275건에서 현재 964건으로 늘었는데 최근 4주 동안에만 20%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각 국가별 CDS 거래 추이를 살펴보면 영국의 경우 1년 전 120억 달러에서 240억 달러로 불어났고 미국과 일본 역시 각각 40억 달러, 7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 150억 달러로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같은 기간 브라질, 러시아, 인도네시아, 우크라이나 등 이머징 국가들의 CDS 거래 규모가 전년대비 동일한 수준이거나 감소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고 FT는 덧붙였다. 아울러 선진국 국채의 CDS 수수료는 올 여름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기록한 반면, 이머징 국가에서는 하락추이를 나타냈다.


CDS는 채권 부도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거래하는 상품으로, CDS 거래가 늘었다는 것은 시장에서 디폴트 위험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는 의미다. 과거 선진국 국채의 디폴트 위험이 거의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것과 달리,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의 부채부담과 경기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CDS 거래 역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에볼루션 리서치의 게리 젠킨스 채권담당 헤드는 “요즘 채권 시장의 가장 큰 리스크는 선진국 공공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시장이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시점에 이르게 되면 국채의 수익률이 치솟는 동시에 투매가 쏟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공공부채를 낮추기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피치 솔루션의 토마스 어브레이 매니징 디렉터는 “선진국 국채 CDS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이머징 국가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며 “이는 선진국들의 재정적자 증가와 세수 감소를 둘러싼 경제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와 브라질을 비교해보면 선진국과 이머징 국가 간의 엇갈린 운명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탈리아의 경우 부채 규모가 내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127.3%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브라질은 65.4%로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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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C캐피탈마켓츠의 네이젤 렌델 선임 이머징 마켓 담당 투자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선진국의 디폴트를 더 우려하고 있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며 “부채가 GDP 대비 100% 이상 불어나면 위험 수위”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국가별 CDS 거래 규모 비교 (1년전/ 현재)
1. 이탈리아: 1510억 달러/2160억 달러
2. 영국: 120억 달러/240억 달러
3. 미국: 40억 달러/100억 달러
4. 일본: 70억 달러/ 150억 달러
5. 우크라이나: 650억 달러/440억 달러
6. 인도네시아: 310억 달러/320억 달러
7. 브라질: 1490억 달러/1250억 달러
8.러시아: 1110억 달러/ 1010억 달러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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