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일본 정부가 20일 끝내 디플레이션을 공식 선언했다. 지난 2006년 이래 3년 만의 일이다.
일본정부의 디플레 선언은 같은 날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경기진단을 상향한 것과 대조를 이루는 것으로 물가전망을 둘러싼 일본 내부의 미묘한 시각차를 보여준다.
◆3년 만의 디플레 선언= 일본 내각부는 이날 월간 경제보고서를 통해 “최근 물가 상황이 일본 경제가 약한 정도의 디플레이션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며 “물가 하락 리스크가 간신히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는 취약한 일본 경제에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아울러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고용 시장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등의 경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일본 경제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는 증거로 소비자물가 하락세, 수요와 공급 간의 격차 증대, 실질 성장률을 밑도는 명목성장률 등을 들었다.
실제로 이번 주 내각부 보고서에 따르면 수입제품을 제외한 물가는 51년래 최대폭으로 떨어졌고 신선제품을 제외한 9월 소비자물가는 7개월 연속 하락곡선을 그렸다. 일본은행은 지난 달 2011년까지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4~6월 3개월 동안의 공급량은 수요량을 7.4% 초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 사상최대 8%에서는 격차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계속되는 물가 하락세는 기업실적을 악화시키고 임금 수준을 끌어내려 소비심리를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경제에 독으로 여겨진다. 다이와 증권의 구마가이 미쓰마루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회복세는 매우, 매우 미약한 수준”이라며 “디플레는 앞으로 4년 간 더 이어져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 BOJ, 정부와 엇박자 = 일본은행은 정부의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날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동결한 채 경기진단을 상향조정했다. 일본은행은 “경기 침체 위험 요소가 다소 진정됐고 소비자 물가의 하락폭도 완만해질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개적으로 디플레를 선언함으로써 일본은행에 국채를 더 매입하고 양적완화 정책을 강화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가 전망에 대한 일본정부와 중앙은행간의 엇갈린 그대로 드러냈다는 것. 이날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도 “일본은행이 경기를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츠무라 게이스케 재무관은 “일본은행과 정부 간의 표현이 다를 뿐, 경기 전망에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며 “통화정책과 관련해 우리는 일본은행의 독립성을 존중하며 일본은행과 충분히 논의를 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번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일본 경제가 디플레를 피하기 위해서 더 많은 조치들이 취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OECD는 회원국 경제전망에서 “디플레 상태가 지속돼 고용악화와 물가하락이 경기회복을 저해할 것”이라며 일본 중앙은행에 초저금리를 지속함과 동시에 국채매입 규모를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 디플레 극복, 묘안 있나 = 이처럼 디플레를 해소하라는 압력이 국내외에서 가해지면서 일본은행은 금리 인상을 포함한 출구전략 이행 시기를 내년 상반기 이후로 미룰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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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현행 1조8000억 엔(200억 달러)으로 유지하고 있는 국채매입 규모 역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일본 정부가 국내 수요를 촉진하기 위해 준비 중인 2조7000억 엔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 중앙은행이 장기 금리를 억제하기 위해 국채 매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부채가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 역시 신뢰할만한 묘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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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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