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지도력보다 통합과 조화

[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유럽연합(EU)의 초대 상임의장에 반 롬푸이 벨기에 총리가 선임됐다. 강한 지도력보다 균형과 조화를 택했다는 평가다.


EU 특별 정상회의는 1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개혁조약인 리스본조약에 따라 속칭 ‘EU 대통령’으로 불리는 상임의장과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이하 외교대표)에 헤르만 반 롬푸이 벨기에 총리와 영국 출신의 캐서린 애슈턴 EU통상담당 집행위원을 각각 선임했다.

카리스마 강한 리더라기보다 ‘합의구축자’로 널리 알려진 롬푸이 당선자가 유력후보였던 토니 블레어 영국 전 총리를 밀어낸 것을 두고, EU가 아직까지 강력한 통합보다는 조화와 균형을 중시한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롬푸이 총리는 상임의장으로 선출되고 난 뒤 기자회견에서 “(유럽 각국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통합을 이룰 수 없다”며 “이 원칙을 항상 마음에 새기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블레어 전 총리 카드가 독일과 프랑스의 반대로 무산된 뒤 EU 지도자들은 우여곡절 끝에 룸푸이와 애슈턴을 유럽을 대표하는 얼굴로 선택했다.


룸푸이는 총리로 재직하면서 언어별·지역별 갈등이 극심한 벨기에에 정치적 안정을 이뤄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로 이 점이 룸푸이가 EU 상임의장으로 선정된 가장 큰 이유다. 상임의장의 역할은 광범위하고 다소 애매한 구석이 있지만 유럽의 통합과 결속을 이뤄내는 것이 핵심으로 여겨지기 때문.


특히 룸푸이와 외교대표로 지명된 애슈턴은 성별과 정치적 성향 등 모든 면에서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롬푸이가 기민당의 우파적 성향이 두드러진 인사라면, 애슈턴은 노동당 출신의 좌파 성향으로 여성이라는 점에서도 성의 불균형을 맞췄다는 지적이다. 또 각각 벨기에·영국 출신으로 강대국과 중소국의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룸푸이가 벨기에 재무장관 재직 시절, 벨기에의 공공부채를 성공적으로 줄이는 등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공이 컸다는 점도 장점으로 부각된다. 룸푸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융위기에 의해 야기된 불확실성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우리의 우선 과제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EU가 지명도가 낮은 인사들을 EU의 ‘얼굴’로 내세운 것이 중국·인도 등 신흥국이 국제무대에서 급부상하는 가운데 유럽의 발언권을 높이겠다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는데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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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정치센터(EPC)의 샤다 이슬람 애널리스트는 “유럽 지도자들은 정치적 거물보다는 논쟁의 여지가 적은 합의구축자들을 택했다”며 “국제사회 흐름을 좌지우지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EU가 유럽 외부에서도 널리 알려진 인사를 내세워 세계 자본을 향해 유럽의 문을 열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제무대에서 유럽을 대표해 활동하게 되는 상임의장직은 2년 반 임기로 한 차례에 한해 재선임 될 수 있다. 6개월에 2번 회의를 소집하고, 필요한 경우 긴급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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