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삼성전자에 이래서 졌다" 어느 日학자의 고백



[아시아경제 우경희 기자] 3분기 삼성전자에 완패한 일본열도의 가전업체들이 통렬한 반성에 돌입했다. 삼성전자에 몸담았던 전직 일본인 임원이 써낸 한 권의 책이 촉발시킨 일이다. 작가는 수십년간 최적의 제조수단으로 평가받아 온 도요타식 생산시스템의 시대가 사실상 종결됐음을 선언하며 삼성전자를 배울 것을 강조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인 요시카와 료조는 지난 1994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상무직에까지 오른 후 2004년 일본으로 돌아가 일본과 해외 제조업을 비교 연구하고 있는 한-일 제조업계의 전문가다. 일본 산업계에 반향을 일으킨 요시카와의 저서는 바로 '위기의 경영, 삼성을 세계 제일 기업으로 바꾼 세 가지 이노베이션'이다.


▲삼성전자 7대3 전략, 시장을 지배하다=요시카와는 삼성전자식 생산시스템이 철저한 7대3 전략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성공이유를 묻는 질문에 "서서 먹는 국수 식당(간이식당)에 가면 제조비의 70%인 국수는 공통된 아이템이며 매번 달라지는 고명에 30%가 투자된다"며 "70%를 일관되게 만들고 30%를 각 시장의 특성에 맞춘 삼성전자의 전략이 새로운 표준"이라고 답했다.

삼성전자의 효율적인 경영구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요시카와는 "일본 기업들이 아직도 전 사업부를 유기적으로 연결시키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부품 부문과 제품 부문, 또 각 품목별로 사업부를 독립시키고 있다"며 "일본 기업들을 하나로 연결된 꼬치식 구조라 한다면 삼성전자는 한 개씩 집어먹을 수 있는 사시미(회)나 스시(초밥)와 같은 구조"라고 비유 했다. 그는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한 사업부에 손해가 발생할 경우 다른 사업부에서 이익을 내 유동성의 균형을 맞추지만 일본 기업은 한 업종의 불황이 기업 전체에 치명적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요시카와는 "한국 기업들은 제조업에 대해 단순히 물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 대한 특정 부가가치를 낳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일본 업체들은 여전히 이제까지의 물건 제조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며 "일련의 프로세스에서 차이가 나타나는 만큼 일본 기업들이 제조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지 않는다면 5년도 안돼 일본 전자산업은 정말로 무너질 것"이라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 2004년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에게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은 질(質)보다 양(量)을, 현장보다 내부관료를 중시해 기초기술 연구에 소홀하다"고 뼈아픈 충고를 했던 것으로 유명한 요시카와여서 삼성전자에 대한 일련의 평가가 더욱 의미깊다. 정체를 경계하고 혁신을 강조했던 그의 조언이 현실화됐다는 것이다.


▲모방을 넘어선 삼성전자의 창조…"품질 조차도 고객에 맞춰야"=일본 전자업계를 향한 요시카와의 주문은 간단하다. "일본 기업들이 최우선이라 믿고 있는 완벽한 품질조차도 소비자들의 입장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 그는 "인도에서 1만엔짜리 세탁기를 사는 사람들은 20만엔짜리 품질좋은 전자동 세탁기를 사고싶어하지 않는다"며 "어디까지나 고객들의 시선에서 요구되는 품질을 실현한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싼 물건은 무조건 품질이 나쁘다'는 일본 기업들의 사고방식 자체를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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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카와는 "삼성전자는 '리버스(반전) 엔지니어링'이라는 개발수법을 사용하는데 이는 경쟁사의 제품을 사서 분석하고 그 시장 소비자들의 요구와 대조하며 필요한 기능을 덧붙이고 불필요한 기능을 없애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본 업체들은 이를 단순한 흉내내기라고 생각하지만 삼성전자는 이 과정을 통해 전혀 새로운 현지형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인도나 중남미 등 상품 설계 해석이 완전히 다른 신흥 시장에서 일본 기업들이 삼성전자에 맥을 못추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며 세계 각지의 소비자들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라는 시각에서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요시카와는 1940년생으로 1964년 히타치에 입사해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했다. 이후 일본강관(현 JFE)을 거쳐 삼성전자에 입사,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설계 및 개발업무 혁신을 담당했다. 2004년 귀국해 도쿄대학에서 경제학 연구과 제조경영연구센터 특임연구원으로 일본과 해외 제조업을 비교 연구하고 있다.

우경희 기자 khw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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