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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속으로]"엄마, 아기는 어떻게 태어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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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속으로]"엄마, 아기는 어떻게 태어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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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엄마, 아기는 어떻게 태어나죠?"

한국사회에서 성교육을 부모님이나 학교에서 제대로, 구체적으로 받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친구들로부터 몰래 몰래 전해들은 이야기에 깜짝 놀라버린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독일의 엄격한 청교도 학교를 배경으로 청소년들의 걷잡을 수 없는 성적 욕구와 폭발 직전의 위태로움을 세련된 방식으로 그려낸다.

어리고 아름다운 벤들라는 자신의 신체적인 변화와 아이의 탄생에 대한 의문을 엄마에게 묻는다. 아이는 어떻게 만들어져 태어나는 것이냐고. 하지만 엄마는 화만 낼 뿐 제대로 대답해 주지 않는다.

한편 학업에 재능이 없는 모리츠는 하늘색 스타킹을 신은 여자의 다리가 자꾸만 꿈에 나타나 미칠 지경이다. 자신이 몹쓸 병에 걸린 것이 아닐까, 왜 이런 죄스러운 일이 자꾸 벌어지는 것인지 폭발직전의 상태다.
똑똑하고 겁 없는 소년 멜키어는 혼란스러워하는 모리츠를 돕기 위해 신체적 변화와 남녀의 결합에 대한 사실적인 글을 자세한 그림까지 함께 곁들여 모리츠에게 전달한다.

선생님들은 딱딱한 교과서 속에 아이들을 가두려하고 피끓는 청춘들은 궁금한 것도 많고 이성에 대한 관심으로 몸도 근질근질하다.

어느 날 오후, 숲 속 깊은 곳에서 소꿉친구인 멜키어와 벤들라는 우연히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전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야릇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그러던 중 엄격하게 통제된 사회에서 고통도 쾌락도 모르고 지내던 벤들라는 친한 친구가 밤마다 아버지에게 허리띠로 맞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누구에게 한 번도 맞아 본 적이 없는 벤들라는 큰 충격을 받고 멜키어에게 자신을 한 번 때려 봐 달라고 부탁을 한다. 이런 사도마조히즘적인 행위가 있은 뒤, 둘은 서로 자신들을 억압하고 있던 청교도적인 분위기에서 일탈하게 된다.

쾌락의 기쁨도 잠시 성에 무지했던 벤들라와 멜키어는 자신들의 행위가 임신이라는 결과로 나타나자 감당할 수 없는 고통에 빠진다.

한편, 시험에 낙제한 모리츠는 학교에서 쫓겨나고, 유일하게 의지했던 어른인 멜키어의 어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거절당하고 자살하게 된다.

여기서 이 엄격한 청교도 사회는 스스로의 모순 속에서 폭발해버린다. "아~엿같은 인생, 블라블라블라(Blah Blah Blah)" 교복을 입은 학생들은 무대 위를 겅중 겅중 뛰면서 자신들을 짓누르는 무엇인가에 미칠듯이 반항하며 역류한다.

학창시절 있었던 귀밑 2cm 머리검사, 하루종일 사각책상에 앉아 서로 경쟁하며 괜스레 미워했던 일,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듣기 싫어 이어폰을 귀에 꽂고 앉아 있던 일 등이 한꺼번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순간이다.

한 발짝 물러서면 아무것도 아닌 일도 그 때는 왜 그렇게 심각했는지. 성적을 비관해 누군가 아파트 몇 층에서 투신자살 했다는 뉴스를 볼 때면 안타까운 것도 그 순간에는 죽을 것 같았던 일들도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또 목을 죄여오는 우리 사회의 수많은 비인간적인 억압들이 그 누군가를 퇴로도 없는 막다른 곳으로 몰아세울 때가 생각이 날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의 인상적인 장면은 이 청교도 마을에 제대로 편입되지 못한 아웃사이더 '일세'와 '모리츠'가 함께 노래하는 부분.

집시처럼 살고 있는 '일세'는 어릴 적 친구 '모리츠'에게 옛날처럼 소꿉장난을 하고 놀자고 말하지만, 이미 자살을 결심한 '모리츠'는 그 제안을 거절하고 돌아선다.

엄격하게 통제된 사회와 사춘기의 혼란, 위태로움을 강렬한 음악과 표현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사춘기를 앓고 있는 청소년, 혹은 통제된 생활 속에 사춘기조차 마음껏 누려보지 못한 어른들에게 추천한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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