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일본 기업 ‘짠물 경영’ 백태
현대미포조선 사례 소개 통해 뼈를 깎는 비용 절감 강조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사무실에서 서서 일하고, 사장실은 본사 옆 찻집”

일본 기업의 짠물경영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현대미포조선은 최근 사내 인트라넷과 사보를 통해 일본 기업의 비용 절감 사례를 소개하고, 뼈를 깎는 비용절감으로 어려운 시기를 대처해 나가자고 강조하고 있다.

◆후지산 높이 만큼 낭비되는 종이= 오토바이 및 소형차 제조업체 스즈키의 스즈키 오사무 회장이 최근 입에 달고 다니는 숫자가 후지산의 높이인 ‘3776’이다.


금융위기는 스즈키도 피할 수 없는 악재였고, 비용 절감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는데 이 과정에서 지난해 회사 전체에서 사용한 4233만장의 종이를 모두 쌓아놓으면 3810m에 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3810m라는 수치가 와닿지 않자 스즈키 회장이 착안한 것이 후지산과 비교한 것이다. 이 숫자는 전사적인 종이 사용 감소 운동을 벌리는 상징이 됐다.


또한 스즈키 회장은 올해 1월 전 사원에 대한 서랍 조사를 총지휘해 1인당 지우개 1개, 연필 1자루, 볼펜 2자루(검정ㆍ빨강)만 남기고 모두 압수했다. 서랍에서 나온 문방구에는 '전리품'이라는 이름을 붙여 한 곳에 쌓아뒀다. 앞으로 비품을 구입할 때에는 회장의 결재를 받도록 했다.


스즈키 회장 스스로도 출장 갈 때 신칸센중 가장 싼 ‘고다마’ 자유석을 이용할 정도로 짠돌이 경영으로 유명하다. 이를 통해 스즈키는 일본 경차 시장에서 34년째 1위를 달리고 있다.


◆해외출장 일당 안줘= 산업용 로봇 및 공작기계 제조업체인 화낙(FANUC)의 2007년 영업이익률은 무려 40.5%였다. 이는 기술력은 물론 철저한 비용절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더 이상 비용을 줄일 수 없을 것 같던 지난해 12월 19일 이나바 명예회장은 사내에 공문을 돌렸다. ‘전 세계 동시 불황에 임하는 당사의 대책’이라는 제목의 이 공문은 내용이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구체적이다.


예를 들어 여행경비의 경우 ▲일당지급 금지 ▲비행기 이용금지 ▲회사시설 이외 숙박 금지 ▲회사 시설 이외의 곳에 숙박할 때는 총괄본부장 승인이 필요하다 등이다. 외국 출장은 아예 명예회장 승인까지 받아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나바 명예회장은 또 모든 규정은 명예회장과 사장에도 동일하게 적용한다고 밝혔다.


◆의자 없애고 서서 일한다= 카메라 제조업체 캐논 본사 공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일반 책상보다 몇 뼘은 더 높아 보이는 책상과 직원 수에 비해 턱 없이 적은 의자다. 이 회사는 제조현장 뿐 아니라 사무실에서도 원칙적으로 서서 일하고 있다.


사사마키 사장은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현장으로부터 의자를 없애자는 제안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서 일하면서 업무처리 속도가 빨라졌으며, 집중력이 높아져 회의시간이 줄고 효율이 높아졌다. 또한 다리에 자극이 전달돼 두뇌 회전이 빨라졌으며, 회의 시간에는 조는 일도 없게 됐으며, 직원들간 커뮤니케이션도 밀접해지고 문제 해결의 정밀도와 속도가 극적으로 개선됐다고 한다. 의자 값도 아끼고 의자를 없앤 만큼 업무 공간도 절약되는 효과도 거뒀다.


이와 함께 캐논은 근무 시간중 발생하는 시간낭비를 없애기 위해 직원들의 불필요한 사용을 막는 감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업무와 관계없는 일에 컴퓨터를 사용하는 직원들에게 지체 없이 개선을 요구했다.


◆형광등마다 직원 이름 붙여= 건설자재 제조업체 미라이공업 본사 사무실에는 형광등마다 직원들의 이름이 붙어있다. 명찰이 적혀있는 이름은 형광등별 소등 책임자를 뜻한다.


다카가와 히치로 사장은 “전기절약을 말로만 하다보니 사장실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면서 “이름을 붙여놓으면 본인의 물건이란 인식이 있어서 더 주의하게 된다”고 말했다.


300여명이 근무하는 본사 사무실에는 복사기가 한 대 밖에 없다. 가까운 곳에 복사기가 없으면 복사를 안할 방법을 궁리를 하게 돼 불필한 사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라이공업의 짠물 경영을 배우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견학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 그런데 회사는 자사를 견학하는 사람 한 명당 2000엔씩 받는다. 견학하는 데 3~4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만큼 안내하는 사람의 인건비와 기타 소요비용을 견학자가 직접 지불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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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옆 찻집이 사장실= 일본 스테인리스 급수탱크 시장의 70%를 장악한 모리마쓰 공업은 종업원이 2600명에 이르며, 일본과 중국에 공장이 각각 5개씩 있지만 사장실이 없다. 공간과 비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12년째 인근 찻집을 사장실로 활용하고 있다.


미라이공업 야마다 아키오 창업주는 1991년 구입한 승용차를 지금도 타고 다니고, JAL 나시마쓰 하루카 사장은 버스와 전철로 출퇴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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