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따리 장사식' 낡은 사고로 국내외 바이어 모두 외면


[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 매년 10월 중순경 열리던 서울국제완구박람회(SITOY)가 올해에는 열리지 않는다. 한국완구공업협동조합이 주최하는 이 박람회는 82년부터 매년 개최되며 지난해로 27회째를 맞았다. 조합측은 "업체들이 지난해 경기불황 여파로 올 한해는 쉬자고 호소했다"고 이유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업체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국내 박람회 부스에 들어가봤자 별로 실효가 없다는 것이다. 완구조합에서는 내년에 박람회를 다시 열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나 업체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제조업 중심인 국내 완구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경제가 침체되다 보니 소비자들이 생필품이외의 지출을 줄여 완구소비가 대내외적으로 위축됐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완구업계의 총 수출액은 7051만 달러로 전년대비 11% 가량 줄었다. 적게는 20%에서 거의 절반가까이 매출이 줄어든 업체도 있다.


이런 와중에 업체들이 한국완구산업의 주요거점이 되어야할 서울 국제완구 박람회에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오로라, 손오공 등 완구업체 중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완구업체들이 불참하기도 했다. 이들이 국내 박람회를 꺼리는 이유도 명확하다. 참가해 봤자 해외 박람회 참가 때보다 수익성이 형편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7년의 경우 40개 업체가 참여했으나 수출 계약액은 총 118만4000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근 25년간 열리고 있는 국내 최대 완구 박람회라는 타이틀 치고는 형편없는 성적이다. 수출 상담액까지 합하면 482만 8000달러. 그조차도 전년대비 9.2% 감소했다.


국내박람회에 등을 돌린 업체들은 대신 해외 전시회 참가에 집중하고 있다. 수출 업체들은 유럽이나 홍콩 완구박람회를 참가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말한다. 선물문화를 바탕으로 매출이 안정적이며 소비자의 피드백이 활발한 유럽, 전세계에 유통되는 90% 이상의 완구를 제조하는 중국에 비해 국내 박람회는 소비자나 바이어 양쪽 모두에게 매력이 없다는 평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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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업체 관계자는 "국내 완구업체들이 제조업 기반의 낡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게 박람회의 활성화를 막는 가장 큰 병폐"라고 지적한다. 소품종 소량생산의 영세한 규모에 머무르며 아이디어 상품이나 캐릭터 개발이 미진하다 보니 발전 가능성을 엿볼수 있는 박람회를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콘텐츠 라이센싱 사업 등 다양한 부가 산업을 발굴해 완구 산업 면모를 다양화시켜야 국내 박람회도 부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완구박람회가 중요한 이유는 완구 뿐 아니라 그 나라 산업의 면모를 다양하게 엿볼수 있는 만화경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바이어들은 완구박람회를캐릭터, 게임, 금형 제조 등 관련산업까지 엿보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각국의 정부와 업체들이 완구 박람회 홍보에 열을 쏟는 이유이다. 지난해 홍콩완구박람회의 경우는 약 2000여개의 업체가 참여해 3만명의 바이어가 계약을 성사시켰다. 서울국제완구박람회의 경우 지난해에도 해외업체 10곳을 비롯한 40여개 업체가 참여하는데 그쳤다.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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