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기 회복 미진 부담 크고 인플레 우려 낮아
한국은행이 11일 기준금리를 4개월째 2.0%에서 꽁꽁 묶어 둔 것은 실물경기 회복에 대한 믿음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국은행은 지난 1ㆍ4분기 GDP가 전기대비 0.1% 성장했다고 발표하면서도 정부의 재정 조기집행이 없었다면 실질적으로는 -0.6%의 역성장을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소비와 투자, 고용 등 실물경제 회복에 대해서는 "전혀 나아진 것이 없다"라는 표현까지 했다.
시중 유동성이 제대로 돌지 않고 단기자금에 묶여 있다는 점도 통화완화정책을 유지할 수 밖에 없는 한은의 입장을 대변해 주고 있다.
한은이 발표한 '4월 통화 및 유동성 지표 동향'에 따르면 협의 통화인 M1(평잔기준)은 작년 동기보다 17.4% 급증하며 6년 7개월만에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M1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예금.적금, 양도성예금증서(CD) 등을 추가한 광의통화 M2 증가율은 11개월째 둔화됐다.
시중 유동성이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떠돌고 있어 돈의 흐름이 통화당국의 기대만큼 원만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고용시장 역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5월 취업자수 감소폭은 21만9000명으로 10년2개월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고용지표가 경기후행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고는 하지만 절대적 수준 악화 정도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는 아직 이르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고용 한파에 이은 소비 위축, 이어 기업의 투자감소와 인력감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 터에 금리인상을 통해 경기회복의 작은 불씨에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다는 것도 금리동결의 큰 배경이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인플레이션 압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한국은 일단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다는 점도 기준금리동결 배경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5월 생산자 물가는 7년 만에 전년 동월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2∼4%대에서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어 인플레에 대한 우려를 당분간 후순위로 밀어놓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셈이다.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은 "한은이 금리조절을 할 시기는 확실한 경기회복, 또는 뚜렷한 인플레이션 압력 가중 신호가 나올 때"라며 "이 같은 신호가 연내에 나오기는 힘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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