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의 중앙은행이 달러화 매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화에 대해 자국 통화가 강세를 보임에 따라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수출이 한층 더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홍콩 소재 소시에테 제네랄의 패트릭 베네트 통화 투자전략가는 최근 몇 주 동안 한국·태국·대만·싱가포르·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의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는 매도하고 달러화는 매입했다고 밝혔다.

아시아 국가 대부분은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대미 대유럽 수출을 기반으로 경제 성장을 이뤄왔지만 자국 통화에 대해 달러화 가치가 계속 하락함으로써 수출 부진이 지속되자 이를 완화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팔을 걷어부친 것이다.

지난해 달러화는 안전한 투자처로 각광받으며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하지만 최근 투자자들이 아시아의 성장 조짐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아시아 통화로 몰려 달러화 약세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최근 달러화를 가장 많이 매입한 나라는 엔화 강세로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은 일본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2일 요사노 가오루(與謝野馨) 일본 재무·금융·경제 재정상이 최근의 외환시세에 개입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 부진이 반드시 달러화 약세 때문만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싱가포르 소재 바클레이스 캐피털의 이머징 아시아 책임자인 피터 레드워드는 "수출은 본질적으로 수요 주도형"이라며 "하지만 중앙은행들은 여전히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신중을 기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편 달러화 약세는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의 경기 회복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에 치명상을 입히고 있다. 독일도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강세에 따른 여파를 빗겨갈 수 없다는 지적이다.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강세는 엔화보다 심하다. 우니 크레디트에 따르면 지난 5월 1일 이후 달러화는 엔화에 대해 4.5% 하락했지만 유로화에 비해선 5.3%나 떨어졌다. 엔화는 일본 경제에 대해 장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을 반영해 다른 통화들에 비해선 기세가 꺾인 편이다.

이달 초 독일 정부는 3월 수출이 전년에 비해 0.7% 올라 독일의 경제가 안정되고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우니 크레디트의 안드레아스 리스 이코노미스트는 "독일을 비롯해 유럽 경제가 바닥을 친 것 같다"면서도 "영국도 수출 비중이 높긴 하지만 독일만큼은 아니다. 아직 멀었다"고 전망했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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