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 제너럴 모터스(GM)가 기사회생에 실패, 끝내 파산의 길로 접어들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GM 파산 이후의 청사진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결국 파산?=GM이 파산보호를 면하려면 채권단의 90% 이상이 출자전환에 합의해야 한다. 하지만 26일(현지시간) 현재 출자전환에 합의한 채권자는 전체의 10%에도 못 미치는 한 자릿대 초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츠 헨더슨 GM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총 270억달러의 채권 가운데 90%인 240억달러 이상을 출자전환하지 못하면 파산보호를 신청하겠다고 공언한바 있다. GM은 27일 채권단과의 협상을 연장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지만 파이낸셜 타임스(FT) 등 주요 언론들은 "채권자 100%가 출자전환에 합의하더라도 GM이 파산보호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이는 지난주 전미자동차노조(UAW)와 비용절감에 관한 잠정합의를 이끌어낸 것이 별다른 의미가 없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캐나다자동차노조(CAW)는 비용절감안에 대해 지난 25일 표결에서 86%의 찬성으로 승인을 얻었고, UAW는 오는 28일 표결에 들어갈 예정이다.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UAW는 미 정부가 거액의 공적자금을 추가로 투입해 파산은 막을 것이라는 기대를 여전히 갖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구안 제출 시한인 6월1일은 GM의 구조조정을 지휘해온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중국 출장으로 부재라서 '운명의날'은 이번 주 안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美정부, 고연비·다이어트로 '뉴GM' 구상=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9일 자동차 메이커에 의무화하고 있는 자동차 연비규제강화방안을 발표했다. 미 정부는 GM이 파산보호를 신청하기 전에 연비강화방안을 발표하려고 특별히 서두른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브리드 차량이나 전기자동차(EV) 등의 고연비 차량 개발에 속력을 내 경쟁력을 회복할 셈으로, 이는 '뉴GM'의 향후 방향성을 미리 제시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미 정부는 GM의 구조조정 계획이 이뤄질 경우 한시적으로 GM 지분의 최대 70%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미 경제 전문 방송 CNBC가 26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GM을 직접 경영하거나 신차 모델에 관여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일각에선 이미 "GM(Government Motors)"이라며 미국 역사상 유례없는 국영 자동차 메이커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부는 GM이 파산보호를 신청한 후 우량 자산만을 따로 떼어 뉴GM으로 넘긴다는 계획으로 캐딜락·뷰익·시보레 등 4개 브랜드가 뉴GM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또한 미국 내 공장·직원·딜러망을 대폭 줄이고, 중국과 한국 공장에서 완성차를 수입하는 한편 유럽 부문도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100년 가까이 세계 선두를 지켜온 자동차 거인이 심한 다이어트를 통해 새로 태어날 채비를 하는 것이다.
◆파장도 무시못해=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26일 워싱턴 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미 정부는 GM의 존속 가능한 브랜드는 남겨 파산할 경우 대량 실업을 억제하는 한편 국유화나 경영참여 의도도 없고 납세자의 이익을 지키는 것만을 목적으로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정부는 GM이 파산할 경우 대량 실업사태를 이미 예견하고 있다는 얘기다.
25일 국제금속노조연맹(IMF)에 따르면 자동차 업계의 위기로 최대 600만명의 노조원이 실업자 신세가 될 전망이다. GM은 최근 1100개의 딜러망 폐쇄도 밝힌 바 있어 전문가들은 이것이 부품협력업체의 연쇄도산으로 이어져 대량 실업은 물론 투자심리를 얼려 금융시장에 악재로 작용해 미 경제에 큰 고통을 초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2일 GM의 주가는 파산보호 신청 가능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GM 임원들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매각했다는 소식에 76년만의 최저치로 급락했고, 이번 주 금융시장은 GM의 파산보호 신청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펠은 어디로=독일 정부는 오는 27일까지 GM의 독일 자회사인 오펠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오펠 인수에는 이탈리아의 피아트와 캐나다 자동차부품업체 마그나, 미국 사모펀드 리플우드의 자회사인 RHJ인터내셔널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베이징기차공업(BAIC)과 이탈리아 2위 은행 인테사 산파올로도 인수 의사를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독일 정부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주재로 오펠 공장이 위치한 주(州)의 대표와 GM 및 인수후보 3개사 대표를 참석시킨 가운데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오펠의 인수처는 최종 GM이 결정한다. 최근 크라이슬러를 인수한 피아트가 선정될 경우 세계 자동차 업계의 판도는 크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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