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때아닌 '물물교환'이 확산되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엔 진료비로 달걀을 건네고 품삯을 음식으로 대신하는 진귀한 풍경이 연출됐었다. 이런 진풍경이 최근 글로벌 M&A(기업 인수합병) 시장에서 재연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주 영국에선 전기·가스공급업체 센트리카와 프랑스 국영 전기공사 EDF가 소유하고 있는 브리티시에너지의 물물교환이 있었다. 센트리카가 브리티시에너지의 지분 20%를 인수하기로 했는데, 센트리카가 인수 대금으로 주요 수입원인 산하의 벨기에 발전업체 SPE와 현금 11억파운드를 EDF에 지급하기로 합의한 것.
또 영국 제약회사 글락소 스미스 클라인은 아프리카의 최대 제약업체인 아스펜 파머케어의 지분 16%를 인수하면서 대금으로는 독일 공장과 8개 약품 브랜드를 넘겨주기로 했다.
금융위기는 이처럼 M&A 관행도 바꿔놓았다. 실적 악화와 은행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이 '물물교환식 M&A'라는 기발한 발상으로 사업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블랙스톤에서 기업자문 및 구조재편 책임을 맡고 있는 존 스터징크시는 "장기간 달러화 가치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M&A에서 처음으로 자산교환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이는 여태까지 있은 적도 없지만 결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론적으로, 자산교환은 기업들이 핵심사업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때 자산에 현금 프리미엄을 얹어주거나 할인 매각하는 방안으로 등장해왔다. 기업 경영진 사이에선 자산교환이 자주 논의되지만 이것이 실행에 옮겨지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유는 M&A 당사자들이 교환하려는 자산이 각각 달라 가치를 비교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교환자산의 가치를 달러로 환산했을 때의 가격에 양측이 인정하지 않아 불발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센트리카와 EDF의 자산교환은 비교가치가 다른 자산의 가격을 어떻게 책정했는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전했다.
양사의 자산교환이 가격논란을 잠재우고 성사된 것은 센트리카가, EDF가 SPE에서 인수한 지분 51%를 매각하는데 동의하면서 양측의 교환자산 가치가 적정하게 책정됐다는 인식을 심어준 덕분이다.
FT는 에너지 관련 업계의 자산교환은 종종 논의되고는 있지만 사실 이 같은 예를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노무라은행의 투자공동책임자인 윌리엄 베레커는 "자산교환은 탁상공론에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며, 과정이 복잡해 완료까지가 도전 수준"이라고 말한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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