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도 대출연장으로 산소호흡기 의지 신세
수익성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빚더미에 올라 앉아 있어 향후 경기개선 가속화되지 않으며 '절대 위기'를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부가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알짜 계열사를 팔아서라도 재무구조를 개선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21일 한국은행, 증권거래소,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기업들의 부채증가율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등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년 말 현재 모든 산업의 부채비율은 전년보다 14.5%포인트 상승한 130.6%를 기록했다. 이는 카드대란이 있었던 2003년 말 131.1% 이후 최고치다.
특히 작년 말 기준으로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 비중은 11.28%로 전년대비 1.41%포인트 늘어났다. 반면 장기차입금은 0.41%포인트가 줄어 8.3%에 그쳤다.
기업들의 현금흐름도 악화돼 현금으로 단기차입금과 이자비용을 부담하는 능력을 나타내는 현금흐름 보상비율은 대기업의 경우 지난해 96.3%에 그쳐, 전년의 223.2%와 큰 대조를 이뤘다.
올 들어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1·4분기 제조.비제조업 상장기업들의 부채비율은 작년 말보다 7.68%포인트나 증가한 109.45%로 확대됐다.
그나마 상황이 나을 것으로 기대됐던 10대그룹 평균 부채비율도 올 1·4분기 말 현재 97.49%로 1년 전보다 7.12% 급등했다.
한은 박진욱 기업통계팀장은 "자산재평가와 파생상품 손실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을 완화했음에도 부채비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나마 중소기업의 부채비율이 주춤하고 있는 것도 자금사정이 좋아서가 아니라 금융권의 특혜조치에 따라 '산소호흡기'로 연명하는 모습이다.
작년 말 중소기업의 부채비율은 149.6%로 전년보다 0.9%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한은은 작년 12월 운전자금 외화대출 상환기한 제한을 폐지했다. 만기가 아예 없어진 셈이다.
또 금융당국 지도에 따라 올 3월에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총 2조3000억원에 달하는 외화대출을 1년간 만기 연장해줬고 신한.우리.하나.기업은행 등 시중은행들도 외화대출은 물론, 원화대출에 대해서도 만기를 늘려주고 있다.
부채비율만 주춤할 뿐 수익성 악화에 따른 자금부족이 여전한 상황에서 빚을 갚아야 하는 시점만 늦춰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김종창 금융감독원 원장은 "45개 대기업 계열그룹에 대해 5월말까지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하고 알짜 계열사를 팔아서라도 '대우꼴'이 나지 말아야 한다"고 압박강도를 높였다.
한은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안정화가 향후 기업들의 부채비율에 다소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기업 수익성도 같이 하락하는 점을 감안할 때 전체 부채증가속도는 여전히 빠르다"고 우려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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