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환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이철환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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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실제이야기 주인공이기도 한 존 내쉬는 20대 초반에 '내쉬 균형(Nash equilibrium) 이론'을 발표한 천재 수학자이다. 내쉬는 이 이론으로 199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내쉬는 상호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개인적인 이익만을 추구하였을 때, 환경파괴와 같은 나쁜 균형(내쉬 균형)에 이르는 과정을 수학적으로 입증했다.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으로 설명되지 못했던 시장실패 현상을 비협조적 게임이론(non-cooperative game theory)으로 풀어낸 것이다.


신뢰의 중요성에 대한 이론적 배경은 '죄수의 딜레마'로도 설명될 수 있다.

공동 범행을 저지른 두 사람의 죄수들은 상호간에 신뢰가 형성되어 있을 경우 처벌을 피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서로를 믿지 못해 상호배신을 통해 최악의 상황에 이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상대 죄수의 자백으로 자신이 더 큰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범행을 자백하거나, 또는 자신이 먼저 자백함으로써 범행의 책임을 상대방에게만 전가시키려는 욕심에서 비롯된다.


신뢰를 기반으로 구성원들의 상호관계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신뢰의 중요성이 한층 더 커졌다.


신뢰가 탄탄할 경우 사회 전반의 경쟁력이 제고되겠지만, 부실하면 약간의 충격에도 사회질서 전체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유럽연합(EU)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각광받던 동유럽 국가들이 최근의 경제위기 상항에서는 심각한 자금이탈(capital flight) 현상에 직면하게 됐다. '죄수의 딜레마'에서처럼 EU 전체의 상황이 악화될 줄 알면서도, 서유럽의 선진은행들은 앞다투어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최악의 선택을 취했던 것이다.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위기도 상당부분 신뢰의 결핍에서 비롯되었으며, 신뢰 회복이 지연될 경우 그 파장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채권의 회수 불가능을 우려해 기업에 자금을 적극적으로 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시중에 자금이 원활히 돌지 않게 되고 결국은 실물경제 전체가 침체국면에 빠지게 되는 악순환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위기상황에서는 '우리'가 아닌 '나'만을 위한 선택은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사익(私益)의 극대화가 반드시 공익(公益)의 극대화로 연결되지 않는 만큼 지금은 '우리'를 위한 선택이 더욱 절실한 시기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ㆍ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강화돼야 한다. 최근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노사민정이 공동의 합의점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매우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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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사회학자 후쿠야마 교수는 저서 'Trust(신뢰)'에서 신뢰를 사회적 자산(social capital)으로 표현했다. 그는 신뢰가 도로, 항만과 같은 물적 인프라 못지않은 경제발전의 핵심 인프라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비온 뒤 땅이 굳듯, 지금의 위기를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극복해 나간다면 조만간 우리는 선진경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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